커피월드에서 차만 마시며 살아남기

완벽한 차 한잔을 위한 레서피

'나도 이제 대학생 이잖아!' 아이스커피 한잔을 주문해서 호기롭게 마셔버렸다. 대학교 신입생 때의 일이다. 그리고 그날 밤 과도한 카페인의 부작용이었는지 덜덜덜 떨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었다. 저자에게 커피가 맞지 않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건강상 이유로 담배 연기를 혐오하기에 커피의 탄 냄새가 싫다.

커피와는 친해질 수가 없는 처지, 다행히도 차는 종류를 불문하고 카페인의 부작용이 없었다. 그에 더해서 차를 마시면 탄내 대신 그윽한 향을 즐길 수 있는데 커피가 아쉬울 리가. 그래서 저자는 차만 마시는 희귀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희귀 동물. 어디를 가도 당연히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간주하고 커피를 내어주는 커피월드에서 "저 커피 안 마시고, 차만 마셔요"라고 말하는 순간 '특이한 분'의 낙인이 탕탕 내려 찍힌다. '그냥 주는 대로 쳐 마시지, 귀찮게시리'라는 눈빛이 따갑고, 가외의 수고를 요청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차를 못 주겠으면 차라리 맹물을 달라!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생산도 안 되는 커피는 왜 그렇게 흥해만 가는 건지. 우리 한국인의 어떤 DNA가 커피와 그렇게 찰떡궁합을 이루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커피월드에서 살아가며 곤란한 점은 동료들과 함께 식사 후 카페인을 섭취하러 찻집에 들를 때이다. 다들 천오백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 혼자서 삼천 원짜리 밀크티를 주문하자면 돈을 내는 물주에게 좀 미안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쩔? 커피는 마시기가 싫은 걸. 

커피월드의 커피전문점들은 저자 같은 희귀 동물을 약간이라도 배려하는 차원에서인지 차 메뉴를 제공하기는 한다. 그런데 솔직히 없느니만 못한 경우가 왕왕 있다. 커피 내리는 법만 배웠지, 차 우리는 법은 따로 배우지 않은 듯 뜨거운 물에 티백을 던지듯이 담가서 내어 준다. 아예 티백과 물을 따로 주던가, 아님 우려낼 시간을 알려주던가...  그래서 저자의 선택은 언제나 밀크티 또는 녹차라떼이다. 차를 쓰고 떫게 우렸어도 우유와 설탕으로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커피전문점에서 차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 걸까? 밀크티를 제외하고, 점원들이 해주는 것도 없이 뜨거운 물에 티백만 넣어 주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 공차가 처음 생겼을 때 무척 반가웠다. 타피오카 펄을 추가한 블랙밀크티! 제대로 우려주는 차맛이 커피사막 속 오아시스 같았다. 그런데 이 커피월드에서 차는 흥행이 힘든 모양인지 몇 년이 자나도 공차의 점포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안타깝다. 별다방은 문자 그대로 발에 치이는데 말이다. 그나마 요즘에도 꾸준히 공차와 유사한 차음료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상륙하고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살짝 고백하는데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맛있는 차를 어디서든 마실 수 있기를 바라는, 지극한 사심을 담아 이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무엇이든 선택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 부디 이 블로그를 접하는 커피월드 분들이 차에게도 한 번쯤, 아니 두 번쯤 기회를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