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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숙 Monica Shim Sep 25. 2023

6. 귀족문화의 정점, 오페라 가르니에

 파리 프랑스 7.25.23

 오페라 가르니에는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과 함께 파리의 대표되는 오페라 하우스다.  19세기 후반 나폴레옹 3세가 이 오페라 극장을 짓기 위해 건축가를 공모했는데 쟁쟁한 경쟁을 뚫고 35세의 젊은 샤를르 가르니에가 뽑혔다. 최고의 오페라극장을 지으라는 황제의 명령에 가르니에는 온갖 양식을 넣어 극장을 완성한다. 완성된 건물을 둘러본 여왕은 여러 건축 양식이 뒤죽박죽 섞인 건물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양식이냐며 못마땅해했다 한다. 이에 가르니에는 "이 양식은 가장 현대식 기술을 가미한 나폴레옹 3세 양식입니다."라고 답해 황제를 만족시켰다 한다. 과연 그는 윗사람 비위도 잘 맞추는 인물이었나 보다.


 오페라 가르니에 Opera Garnier, Palais Garnier는 귀족 문화의 정점이란 명성에 걸맞게 겉모습부터 화려했다. 파리 유명 백화점 쁘렝땅과 라파예트가  길 건너 위치해 소비문화까지 충족시켜 준다.


 마침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가 있어 6.5유로를 주고 오디오가이드를 구입했다. 극장 안은 바깥보다 더 화려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대계단 입구는 중앙계단을 따라 양쪽으로 갈라지며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이 계단은 극장을 찾는 손님들이 관객이자 주인공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다. 한껏 치장한 귀족부인들이 계단 위에 서서 오르내리며 공들여 단장한 모습을 뽐낼 수 있게 했다 하니 안방마님에게 잘 보여야 일이 순조로워진다는 사실을 간파할 만큼 가르니에는 명석했나 보다.  과연 계단 위에 서보니 내가 파티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그리스신전에서 영감을 얻은 아프로디테 여신상이 계단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가스로 실내등을 켜야 해서 보기 싫은 가스관이 드러나는 걸 가리기 위해 정교한 청동 도마뱀상으로 가스관을 가리는 섬세함까지 보였다. 극장 안은 붉은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극장을 찾는 귀부인들이 붉은색 조명을 받아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라 했다. 출세 가도를 달리던 가르니에는 귀부인들에게 사랑받을 만했다.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은 오페라보다 발레공연이 유명하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 하는 소녀들 그림도 알고 보니 이곳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다른 인상파 화가들이 야외로 나가 빛을 담는 동안 드가는 스케치북을 들고 이곳에 와 무희들을 화폭에 담았다. 계단에서 잠시 쉬는 동안 이곳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라는 두 발레리나 소녀, 마리와 에스텔을 만났다. 발레 포즈를 취하며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두 소녀의 눈이 반짝였다. 꿈이 꼭 이뤄지길 기도하겠다 했다. 미래의 어느 날 이들이 이 무대에 설 때 꿈의 무대를 찾아왔던 이 시간을 소중히 기억하리라. 공연장 천장에 유명한 샤갈의 그림 '꿈의 꽃다발'이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위로 빨강 초록 노랑 흰색의 꿈을 그린 그의 그림은 많은 이에게 꿈을 꾸어보라 얘기하고 있었다. 꿈꾸는 자에게 미래는 열려 있는 법이다.


 어느 날 이 극장에 익명의 편지가 날아든다. 자리하나를 유령석으로 비워놓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거란 협박편지였다. 극장 측은 이를 그저 장난으로 여기고 무시하고 지났다가 실지로 오페라 관중석으로 거대한 샹들리에가 떨어져 한 여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후로 2층 5번 발코니는 예약을 받지 않고 유령석으로 비워두는 전통이 생겼다 한다. 극장 공사 전에 아래로 지하수가 흐르는 걸 발견해 거대한 수조통을 설치해 물이 흐르게 설계했다.


 지하에 물이 흐르고 샹들리에가 추락하고..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며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실제로 이에 영감을 받아 '오페라의 유령 Phantom of the opera'이란 희곡이 탄생한다. 5번 발코니 문 앞에는 Phantom의 좌석이라고 팻말이 붙어있었다. 창문을 통해 그 발코니 자리를 들여다보니 유령이 그곳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것 같아 오싹했다.


 해의방과 달의 방엔 당시 비쌌던 거울을 사면에 설치해 샹들리에가 거울에 비치며 수많은 샹들리에가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주었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을 본떠 만든 Grand foyer에는 벽에 대형거울이, 천정에 폴 보드리가 그린 그림들이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다. 이 공간은 공연 사이에 관객을 위한 휴식공간이었다. 당시에는 거울을 만드는 기술이 워낙 고급기술이어서 베네치아 장인에게 주문제작해 가져와야 했다 한다. 곳곳에 당시의 유명 작가 음악가 화가등의 두상 조각과 함께 샤를 가르니에 자신의 두상도 중앙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스스로의 자리까지 마련한 그의 치밀함이라니.


  최대한의 비용을 들여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곳곳은 상상을 초월한 화려함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각 나라의 왕과 영주들이  베르사유 궁전이나 이런 곳에 초대되어 오면 시골쥐가 서울에 온 듯 기죽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남자들은 처음 만나면 네 놈이 센가 내가 센가를 속으로 견주는 본성이 있다 한다. 황제는 그런 남자의 심리를 간파해 이용했을 것이다.

'네놈보다 내가 더 세니 나대지 말라.'


 파리를 보면 볼수록 프랑스 문화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 일었다. 문화와 전통이 강할수록 후세대는 금수저를 타고나는 거라던데 넓고 비옥한 땅에, 거대한 문화유산에, 뛰어난 예술감각에, 가진 것이 너무 많은 프랑스인은 금수저를 타고난 게 맞다. 한편 귀족들의 사치가 조금만이라도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더라면 함께 오래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부란 이런 화려한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으니 인간 역사에 필요 악인 걸까.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노블리제 오블리주'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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