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엘에이 다운타운 한복판
당신이 살고 계십니다
치솟은 렌트비에
집을 잃은 채
비바람에 흔들리는 텐트를
당신은 부여잡고 잠을 청하십니다
사람들의 외면은
겨울비 퍼붓는 밤보다 더 차갑고
사람들의 시선은
켈리포니아 햇살보다 더 따갑습니다
미얀마 시위 거리를
당신이 걸어가십니다
들이대는 총부리앞에
평화를 외치는 군중과
당신은 함께 걸으십니다
군인들의 몽둥이 세례는
당신 머리를 내리치고
퍼붓는 총알은
심장을 뚫습니다
포탄 쏟아지는 전쟁터에
당신이 서 계십니다
억겁 지구의 시간에
겨우 몇십년 차지할 땅덩어리
더 가지려 싸우고 또 싸우는 속에
당신은 홀로 서 계십니다
날아간 지붕
벽만 덩그러니 남은 집터
아이들 사라진 까맣게 타버린 놀이터
봄이면 정원 가득 꽃피우던 나무
희나리 되어 하얗게 누운 자리
망연자실 바라보고 계십니다
일터에 나간 엄마를 종일 기다리며
당신은 빈방을 지키고 계십니다
밖으로 잠긴 골방
종일 심심한 채
불어터진 라면을 주워 먹으며
당신은 앉아 계십니다
해가 져야 돌아오는 엄마의 문소리
기다리다 지쳐 당신은 잠이 듭니다
굶주림으로 불룩해진 배를 안고
당신은 아프리카땅에 누워 계십니다
파리떼 윙윙대며 얼굴을 덮어도
쫓아낼 기운조차없이
쾡한 시선을 하고
당신은 힘없이 누워 계십니다
먹을 물 없는 이곳
고인 흙탕물 길으려
반나절을 걸어 물을 긷고
물동이 무게에 짓눌리며
또 반나절 걸어
집으로 돌아오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당신은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방 하나에 다섯 친구와 함께 사는
당신은 마스크가 없습니다
서류미비자로 살아남으려면
서너 개의 알바를 해야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문을 닫았습니다
내일은
라면 하나로 세 끼니를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모님,
당신의 금쪽같은 아들
십자가에 내어주고
아무 것도 아닌 저를 구해내셨습니다
그러나
제 눈은 멀어
엘에이 텐트촌은
더럽고 위험해 보일 뿐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 귀는 막혀
총에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제 마음은 얼어버려
골방에 갇힌 당신을 밀어냅니다
제 욕심은 끝이 없어
십자가에 매달려 피흘리는
당신 아들에게
오늘도 더 좋은 것을
더 좋은 날을 주십사
청하고 또 청합니다
당신은
죽은 아들을 안은 채
저를
바라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