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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Oct 07. 2021

당신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클럽하우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아서

- 클럽하우스에서 뭘 하는 거야?


내가 요즘 클럽하우스에 푹 빠져 지낸다니까 친구가 물었다. 나는 클럽하우스에서 뭘 하고 있을까?


가입 3일째. 나는 클럽하우스란 곳을 이렇게 정의내렸다. 때론 남편보다, 친한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는 곳.




클럽하우스, 한달 차.

내가 멤버로 팔로우 한 클럽은 독서, 커피, 영어, 산책, 미라클모닝 등을 주제로 열댓개 정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클럽하우스 알림을 확인한다.


*홈카페바리스타

- 오, 커피인문학이 시작됐네!

캡슐커피 하나를 딸깍 끼워넣고 묵직한 기계음이 들리는 동안 클럽하우스에 입장한다. 지난 저녁식사와 야식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주방을 정돈하고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틈틈히 커피를 홀짝이고 좋아하는 커피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듣다보면 내가 아는 이야기도 있고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지식도 얻게된다. 커피를 마시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커피의 역사, 배경, 원산지, 핸드드립, 바리스타 등 커피의 세계는 끝이 없고 날마다 즐겁다. 이제는 묵혀주었던 핸드드립도구들과 커피에 관한 책, 원두 등에 대해 직접 알아보고 싶은 마음까지 차오른다. 아, 너무 좋아.


*산책클럽

- 아, 모니카님도 오셨네요. 올라오세요!

아이들 등교를 완료하고 동네 올레길을 운동삼아 걸은지도 3년째다.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지만 대대분은 혼자 걷는 시간이다. 주로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유튜브 강연 등을 들으며 30분~1시간 정도 걷는다. 요즘은 산책클럽의 멤버들 덕분에 즐거운 수다를 나누며 걷고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른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가 좋아하는 '산책(걷기)'라는 키워드 하나로 이렇게 모여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근데 더욱 신기한 사실은 산책클럽에서 만난 멤버들을 내가 팔로우한 또 다른 클럽들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멤버는 독서클럽에서, 어떤 멤버는 커피클럽에서 만나 또 아는체를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클럽하우스 북클럽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상이나 소파에 앉아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스피커를 하고 있는 '북뷔페'를 기다린다.


10시에 시작하는 이 방은 30분간 각자의 책을 읽고 30분동안 책의 내용이나 감상평 등을 나누는 모임이다. 규칙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이점과 다른 사람들의 책 취향을 공유하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30분간 보통 3~4명의 스피커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데 한 스피커가 말하는 동안 다른 스피커들은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발언이 끝난 후 약간의 코멘트만 존재하는 이 방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어 좋다. 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은 때로는 생각이나 감상의 차이로 논쟁의 대상이 되거나 쓸데없는 수다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심플한 공유가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선을 넘지 않는 것, 딱 내 스타일이다.




이렇게 말한 세 가지 정도가 오전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함께하는 것들이고 가끔 영어권 사람들의 클럽하우스에도 들어가 넘쳐나는 다양한 악센트의 영어를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기도 한다. 비영어권 사람들을 위한 영어를 가르쳐주는 강의를 하는 클럽하우스도 있어서 한 번 참여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부부관계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얘기하며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는 모두 다 친구 같은 반말 방도 엄청난 재미가 있고, 인간의 감정을 주제로 한 책을 낭독하고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는 클럽도 있다.


이렇게 클럽하우스 안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계급장 떼고(물론 이 안에서도 권력의 관계나 상하복종적인 느낌이 드는 클럽도 있다. 불편하면 피해 가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찾아 유유상종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만남의 장소이다. 나와 취향이 같고 결이 맞는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나를 맞이해 주는 곳, 이곳이 바로 클럽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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