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연 Oct 11. 2021

책과 커피를 좋아해요

커피와 인문학,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여정

당신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어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책과 커피를 좋아하고  시간 자체를 휴식이라고 느끼는 사람이다.




<클럽하우스 북클럽>은 두 개의 소주제로 방을 연다. 하나는 30분 책을 읽고 30분간 책의 내용을 나누는 *북뷔페, 다른 하나는 커피 이야기를 나누는 *화목한 홈카페이다. 나는 북뷔페에서는 스피커로, 화목한 홈카페에서는 리스너로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화목한 홈카페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이른 아침에 열리는 방으로 화요일에는 '홈바리스타'라는 소주제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목요일에는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이라는 책을 한 꼭지씩 요약해 소개해주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나는 커피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이 시간이 너무나 흥미롭다.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늘, 때마침 목요일이다. 조용히 일어나 캡슐 커피 하나를 머신에 넣어 내린다.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을 맡으면서 방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늘 궁금하다. 다양한 커피 관련 이야기는 흥미롭고 나의 커피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이 시간에 리스너로 있으면서 싱크대 안쪽 깊숙이 넣어두고 볼 때마다 당근 마켓에 내놔야 하나 고민했던 드립 커피 도구들을 다시 꺼냈다. 가을, 하늘은 그림 같이 맑고 높아졌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핑계 같지만 드립 커피가 딱이다.




종종 만나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함께 마시는 아이 학교 친구 엄마가(이 말을 좀 대체해 쓸 수 있는 말이 없나? 쓰려니 길고 복잡스럽다.) 데려간 동네 카페가 하나 있다. 정작 본인은 커피를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카페에 함께 가주니 고마운데 오늘은 내가 찾던 것이 있는 카페를 딱 데려가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살면서 내가 바라던 일이 일어나는 순간을 자주 경험하는데 이 순간도 그랬다. *화목한 홈카페에 들낙거리면서 드립 커피가 그리워지니 향 좋고 맛 좋은 원두가 절실히 필요했다. 원두를 파는 곳이 어디 없나 그간 가본 카페를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딱 원하는 사이즈의 커피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덥석 커피백을 집어 들며 물었다.

"이 원두 파시는 건가요? 얼마예요?"

다정한 사장님은 꽤나 맛있고 품질 좋은 커피임을 소개하며 일단 맛을 보길 권했다. 진하게 내려진 커피 한 잔에서는 구수한 향기가 났다. 맛이 좋아서 구입을 하고 싶었는데 분쇄된 원두는 없다고 하셨다. 집에 그라인더가 없어서 원두만 구입해서는 나만의 드립 커피를 즐길 수가 없다.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카페 사장님은 카페에서 쓰는 그라인더로 갈아드릴 수는 있으나 분쇄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고 드립 도구나 방법, 환경을 알 수 없으니 선뜻 판매 하기에는 조금 걱정이 되신다고 하셨다. 사장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럼 그라인더를 하나 구매하고 다시 원두를 사러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내 모습을 보며 아마 친절을 베풀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다 마시고 카페를 떠나려는데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분쇄 원두를 조금 담아 건네주셨다.

"집에서 한번 드셔 보시고 괜찮으시면 말해주세요. 카페 그리인더로 갈아서 준비해 드릴게요."


다음 날 오후 주방 전체에 퍼져있는 원두의 향에 마음이 들떠 즐거운 마음으로 드립 커피 도구들을 꺼냈다. 이런, 커피 필터가 없다. 이럴 때는 유튜브지. 오호, 필터가 없을 때는 키친타월이나 촘촘한 체를 이용해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체망을 찾아보니 곱게 갈아진 원두가 숭숭 빠져나올만한 크기라 키친타월을 선택했다. 키친타월 한 장이 제법 제 역할을 잘 해냈다. 넉넉히 담아주신 덕분에 두 번에 걸쳐 커피 맛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인스타 디엠으로 원두를 사겠다고 하고선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들어도 금방 까먹고 내가 커피를 즐기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화목한 홈카페'에서는 화요일에는 커피이야기를, 목요일에는 커피 인문학 책을 읽어준다. 이 클럽 때문에 커피 원산지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어디 커피가 품질이 좋고 값이 비싼지가 내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맛의 취향을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나는 케냐, 브라질, 콜롬비아 어느 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커피를 선호하는지 궁금해졌다.


오늘 커피를 받아오면서 사장님께 물어볼 생각이다. 나는 어디 커피를 좋아하는지, 이렇게 나의 취향을 또 하나 알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유부녀를 설레게 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