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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Oct 12. 2021

모더레이터의 조건

최고의 덕목은 잘 들어주는 것

-모더레이터 Moderator | 클럽하우스 내에서 방을 열고 관리, 운영하는 사람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누구라도 방을 열고 클럽을 개설할 수 있다. 즉, 누구라도 모더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침 산책을 하며 가벼운 일상을 공유하는 Morning talk의 주디는 친절하고 다정한 모더레이터로 그녀에게 배울 점이 많다. 그녀가 여는 방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찿아오는데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무슬람 국가 까지 아우른다. 주디는 한명 한명의 안부와 그 날의 일상을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어제 얘기해 준 그 뉴트리아는 어떻게 됐나요? 아침으론 뭘 먹었나요? 사진으로 보여주세요. 오, 맛있겠네요. 여러분 S는 푸드크리에이터예요. 그녀의 인스타에 방문해 보세요. 백채널(클럽하우스 쪽지기능)로 당신이 말한 것의 정확한 이름을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흥미롭네요. 그녀의 리액션은 말하는 이를 신나게 한다. 나의 하루 안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다 말해주고 싶다. 그녀는 세상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모더레이터다.


주디의 저널에 등장한 멤버들과 나


클럽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클럽하우스는 모더레이터의 역할을 위의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사람, 성격 및 관점을 포함하기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두번째는 긍정적이고 균형잡힌 힘으로 조용한 스피커에게도 그들의 관점을 공유하도록 요청하고 마지막으로 청중의 경험을 고려하여 방을 어떤 형태로 이끄는 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다양한 방을 참여해 보니 결국 개인의 대화 능력이나 성향, 주제에 따라 모더레이터들도 각기 다른 특색들을 지니고 있었다. 모더레이터라고 해서 꼭 TV속의 진행자나 유재석과 같은 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필요한 건 결코 아니였다. 반갑에 인사해 주고 다양한 사람들을 스피커로 올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멍석을 갈아주는 사람도 있었고 화두를 던지고 스피커 한명 한명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모더레이터도 있다. 한 사람의 발언이 끝나면 짧은 코멘트라도 달아주거나 들은 내용을 정리해 말해 주는 깔끔한 진행능력의 모더레이터도 있었고 아예 혼자서, 또는 정해진 멤버만 발언하도록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도 아마 개인의 성향이나 참여하고 싶은 주제(방)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모더레이터로서 가장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무엇보다도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낯가림이 있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만의 의견으로만 굴러가는게 아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어봐준다면 각자 마음속의 한 마디를 꺼낼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나 클럽하우스라는 공간 안에서나 사람들과의 소통은 언제나 중요한 사항이다. 말을 잘 하는 것도 좋은 능력이지만 잘 들어주는 것 또한 대단히 탁월한 능력이다. 잘 듣는 사람은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생각의 깊이를 가진다. 상대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함은 충분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내 어떤 이야기라도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렇게 무장해제 시키는 조용한 힘이 '듣기'에서 나온다.


다정한 모더레이터님, 오늘도 제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주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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