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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Jan 22. 2022

초등 6년에 끝내는 영어공부법

엄마가 리드하여 아이 스스로 하게 되는 자기 주도 영어공부법, 시작합니다

제가 대학생 때 송윤아 주연의 '호텔리어'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세련되면서도 단정한 그 모습이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호텔리어가 되었지만 일상적인 영어 회화도 잘 못하고 일어나 중국어, 불어 등의 그 어떤 외국어도 한마디 하지 못했던 저는 늘 사수의 구박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적은 월급과 업계 특성상 3교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던 힘든 상황 속에서 6개월 정도를 버티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부모님 눈치 보이게 집에서 빈둥거릴 수만은 없으니 열심히 취업 사이트를 들락거렸습니다. 우연히 집 근처의 초중고 보습학원에서 영어강사 구인을 보게 되었지요. 그 때 저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별 뜰 때 나가서 별 보며 들어오는 왕복 두 시간의 고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다니. 오후 1시에 출근해 9시에 퇴근을 하더라구요. 게다가 집이랑도 가까워서 걸어서 출퇴근도 가능했습니다. 월급도 호텔에서 받던 것과 비슷했구요. 초등 전담 영어강사 자리여서 뭐 대단한 영어 실력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초등학생들 보는 영어책 정도는 가르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쌍둥이를 임신하고 낳아서 육아를 하던 지난 몇 년을 제외하고는 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일반 강사에서 시작해서 영어 유치원 교수부장, 영어 특성화 초등학교 상주 강사, 직영원 원장 등의 다양한 기관에서 포지션을 변경하며 영어 교육의 현장에서 지냈습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학생들의 부모님들과 매달 1회 이상의 상담을 하며 살았네요. 영어를 전공하지도, 해외에서 학위를 따고 돌아온 유학파도 아니지만 이 켜켜이 쌓인 시간과 경험들이 만들어낸 내공이 저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저는 자타공인 '잘 가르치는 선생님' 이란 자부심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 영어 실력도 시간과 경험에 비례하여 나날이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1년 반의 미국 생활을 통해 원어민 울렁증도 극복하게 되었고요, 유아부터 성인까지 가르치면서 나름의 영어 교육 비책과 저만의 시그니처 수업안도 여러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어가 너무 재밌고 앞으로도 평생 영어를 배울 것이며 노후에는 외국의 어떤 나라의 공공도서관에서 책 읽기 봉사를 하는 고운 한국인 할머니로 살아가는게 제 꿈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작 필요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저희에 비하면 요즘에는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마 어머님들의 높은 교육열이 한몫을 단단히 했겠지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값비싼 영어 전집이나 프로그램을 선택해 방문 선생님을 부릅니다. 한 달에 200만 원을 호가하는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이는 학원생활로 이어지지요.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어 방과 후에는 학원을 순회합니다. 영어뿐만이 아니라 수학, 미술,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등 지와 덕을 겸비하는 그 모든 것들을 마치 학원이란 곳이 다 해결해 주는 것 마냥 바쁘게 돌아다니지요. 그러다가 저녁을 먹을 때 즈음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랑 눈을 맞추고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하고 싶은데 엄마는 선생님 오신다고 얼른 먹고 준비하라고 합니다. 학습지나 레슨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네, 이제 숙제가 남았지요. 학교 숙제만 있다면 얼나마 좋을까요? 아이는 오늘 다닌 학원만큼의 숙제를 해야 합니다. 또 책상 앞에 앉아 턱을 괴고 엎드려 한숨을 푹푹 쉬며 연필을 쥐고 문제집을 펴죠.


어떠세요? 우리 아이의 하루 일과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시나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제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아마 충분히 느껴지시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또 안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우리 아이만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진 않겠냐고 말씀하시겠죠? 네,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님들을 만나 오면서 어느 날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관심과 정보력이면 충분히 엄마가 아이 영어를 봐주실 수 있겠는데' 또 여러 과목에 들어가는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영어는 진짜 엄마가 집에서 조금만 도와구면 되는데 돈이 너무 아깝다'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가끔 '어머님이 직접 가르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드리면 '아휴, 선생님 제가 영어를 잘하면 그랬겠죠. 저는 영어울렁증 있어요.', '선생님, 가르치는 건 전문가들이 해야지 저는 힘들어서 못해요.' 라며 손사레를 치세요.


저도 두 아이의 엄마라서 자기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어머님이 가르쳐보라' 라는 말은 엄마가 전문 선생님처럼 학습적으로 지도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 영어에 대한 방향을 잡고 시기적절하게 리드해 주는 역할을 해보시기를, 그래서 조금이나마 가정의 교육비도 아끼시고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도 좀 줄여주고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안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영어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큰 것들을 얻을 수 있으실 거예요. 바쁜 아이의 등만 바라보며 쫓는 엄마가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내 아이와의 추억, 공감, 감사, 사랑 등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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