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로 출장을 간다.
코로나 시국에 상상하기 어려운 해외여행을. 다만, 도착하자마자 2주간 호텔 방에서 격리되고, 3일 동안 업무를 보고, 다시 돌아와서 국내에서 2주를 추가로 격리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신난다. 나에겐 아이도 신랑도 없는 시간은 8년 만에 처음이다.
들떠있는 마음에 바쁘게 출장 준비를 하며, 읽을 만한 것들과 입을 옷을 준비했다.
3일 동안 업무 볼 때 입을 옷을 준비하고, 나머지 28일 동안 입을 옷을 생각해본다. 날씨를 고려해서 편하게 입는 old navy 맨투맨을 넣고 잠옷 바지를 챙겼다.
출발 전 우연히 코엑스에 있는 MUJI에 들러 노트랑 필기도구도 사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입구에 최근 리뉴얼 한 룰루레몬 매장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몸은 이미 매장 안에 들어와 있고, 처음으로 들어가 본 매장에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는지 직원이 친절하게 제품 소개를 하셨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를 찾고 있다고 하니 Align 라인에서 바지를 권해주셨고, 피팅룸에서 입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괜히 룰루레몬하는게 아니었다는걸. 급한 마음에 9,900원 내고 샀던 유니클로 레깅스 바지 대신 세일도 안하는 138,000원 레깅스를 질러버렸다.
호주에 도착일부터 5 일 째 같은 바지를 입고 있다. 세상 편하다.
소재가 부드러워서인가? 피부에 자극이 없고 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허전한 건 또 아니다. 바지의 핏 덕인지, 소재 덕인지, 몸에 착 감기는 묘한 느낌이 있다.
분석하는 걸 좋아하는 엔지니어이다보니 더욱 신기해보이는 바지. 왜 이리 편할까 고민해보지만, 포인트는 허리 부분인 것 같다. 허리 밴드가 넓어서인지 배가 전혀 조이지 않고 편하기만 하다.
자가 격리가 아니었다면 이 거액을 주고 바지를 사진 않았을 거다. 그래도 격리 덕에 이리 편한 바지를 질러보게 돼서 신세계를 경험해봤다.
앞으로 23일 동안 친하게 지내자, 룰루레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