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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 Mar 13. 2022

하루의 끝은 쪼리와 함께,

주제 : 좋아하는 입을 거리

걷는 것도 귀찮아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꽤나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나란 사람은 걸음걸이에서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데, 설렁설렁이 포인트다. 귀찮지만 나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줘 정도의 걸음이랄까.


그런 의미로 신발은 나에게 중요한 요소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왜 신발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거의 안 움직이는 사람이 신을 정도의 신발이면 얼마나 좋다는 말인지.


내 발과 한 몸이 되어 설렁설렁 걸음걸이를 잘 뽐낼 수 있어야 할 것. 나의 신발 선택의 기준이다. 바로 이 기준에 꼭 맞는 신발, 바로 하바이아나스 검정색 쪼리다.

이 쪼리의 기능은 엄청나다. 바로 신고 튀어나갈 수 있는 기동력과 발에 착 감겨서 마치 땅을 밟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매력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비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비를 다 맞아서 마치 수영장 온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거나 뙤약볕 내리쬐는 한 여름에는 쪼리 모양대로 태닝도 가능하다. 청바지에 이거 하나 신으면 슬렁슬렁 효과가 배가 된다. 이들을 모두 묶을 수 있는 장점은 바로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양말에서, 그다음은 앞 뒤가 꽉 막힌 신발에서, 나를 가로막았던 그날의 답답함에서 자유로워지게 해 준달까.


일을 마치고 돌아와 오자마자 양말을 탁탁 벗어던지고, 강아지 들쳐 매고 여지없이 쪼리 신으며 뛰쳐 나가는 순간! 엄청난 해방감과 함께 그날의 피로가 달아난다. 하루 종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하다 쪼리로 갈아 신으면서 비로소 회사 스위치가 꺼지는 걸까 싶기도 하고.


사실 쪼리를 신었기 때문에 해방감이 몰려온다기보다는 그날의 할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쪼리를 신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것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좋아하는 생명체와 쪼리 신고 설렁설렁 걸으면 그렇게 하루의 끝이 편안할 수가 없는걸.


글. 뿌리(연정) @ondoneeeee


<다함께글쓰계> 함께 쓰고 모으는 글쓰기 계모임. 내가 쓴 글은 한 편이지만, 같은 주제로 쓴 다른 글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즐거움을 느끼며 브런치, 인스타그램(@together.writer)에 함께 글을 써갑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혼자 쓸 때보다 다 함께라 재밌고 든든한 글쓰기 계모임. 함께 글 쓰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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