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받치고 있는 것은 꽃받침이 아니다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화장실을 사용하기위해 마켓에 들렀는데 사야할 , 혹시 집에 필요한것들이 있는지 묻는 내용이다.
응..내일 도시락에 필요한 야채랑, 빵이랑 음료랑..
얼마후 그가 집으로 들어섰다.
어라, ....내눈에는 봉투 바깥으로 드러난 키 큰 해바라기가 먼저 보인다.
"와~ 꽃이다! "
내 탄성이 가시기 전, 나의 남의편은 변명하듯 웅얼거리며 말한다.
"요즘 집에 꽃이 안보이길래..., 오늘 .. 꽃이 싱싱하더라고.."
나는 자주 꽃을 샀었다.
계절을 온 몸으로 알려주는 꽃을 항상 샀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장보러 갈때 마다 입구에 진열된 화사한 꽃다발을 집어올렸다가도 계산대 앞에서 생선 한토막에 밀려 꽃다발은 장바구니에 담기지 못하고 뒤로 남겨지곤 했었다.
그런데 가을을 품고 , 마켓 봉투에 담겨 남루한 우리집으로 꽃이 온 것이다.
늘 .. 남의 편에 서서 나와는 거리가 멀던 그 사람의 손에 들려 오늘 우리집에 , 가을을 쓸어담아 누런 재생봉지에 담긴채 나에게 온 가을 꽃.
우리집 탁자에 꽃이 오랜동안 없었다는 사실을 그가 알았다는 것과 생활의 필요를 채우느라 꽃이 한동안 뒷전이었다는걸 알아챈 남의 편이,
왠지 이제 이십삼년쯤 지난 오늘 내편으로 들어온것 같았다.
가을 꽃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