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Oct 18. 2017

가을꽃

꽃을 받치고 있는 것은 꽃받침이 아니다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화장실을 사용하기위해 마켓에 들렀는데 사야할 , 혹시 집에 필요한것들이 있는지 묻는 내용이다.


응..내일 도시락에 필요한 야채랑, 빵이랑 음료랑..


얼마후 그가 집으로 들어섰다.

어라, ....내눈에는 봉투 바깥으로 드러난 키 큰 해바라기가 먼저 보인다.


"와~ 꽃이다! "

내 탄성이 가시기 전, 나의 남의편은 변명하듯 웅얼거리며 말한다.




"요즘 집에 꽃이 안보이길래..., 오늘 .. 꽃이 싱싱하더라고.."



나는 자주 꽃을 샀었다.

계절을 온 몸으로 알려주는 꽃을 항상 샀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장보러 갈때 마다 입구에 진열된 화사한 꽃다발을 집어올렸다가도 계산대 앞에서 생선 한토막에 밀려 꽃다발은  장바구니에 담기지 못하고 뒤로 남겨지곤 했었다.

그런데 가을을  품고 , 마켓 봉투에 담겨 남루한 우리집으로 꽃이 온 것이다.


늘  .. 남의 편에 서서 나와는 거리가 멀던 그 사람의 손에 들려 오늘 우리집에 , 가을을 쓸어담아 누런 재생봉지에 담긴채 나에게 온 가을 꽃.


우리집 탁자에 꽃이 오랜동안 없었다는 사실을 그가 알았다는 것과   생활의 필요를 채우느라 꽃이  한동안 뒷전이었다는걸  알아챈 남의 편이,

왠지 이제 이십삼년쯤 지난 오늘 내편으로 들어온것 같았다.


가을 꽃들과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나의 희망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