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Nov 16. 2018

오늘 같은날

마음에 바람이 부는것 같은 날에는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오늘 처럼 햇빛도 밝고 따스한 날.

아무일도 없이 햇볕에 드러누워  세상 고요하게 평온한것 같은 날인데도  마치 선반 위 저어기 안쪽에 잘 얹어두었던 내 마음단지가 작은 진동들에 서서히 밀려나와 쿵! 하고 떨어지듯 내려앉는 그런때 말이다.

밝은 빛도, 따스한 바람도 나를 위로해주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빛으로 시들어 버린 나를 비추는듯 하여 그 밝음 조차 거슬리는  그런 날이 있다.


늘 , 그런날은 전화 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었으면 했었다.

그냥 무작정 전화해도 나른하고 느슨하게 나를 반겨주는 그런 목소리를 가진.

정작 나는 바쁘더라도 상대는 여여하기 이를데 없어서 한낮의 햇살에 늘어진 엿가락처럼 말랑하게 나를 들어줄 그런 친구 말이다.

무작정 문제를 해결해주려 섣부른 처방을 하지 않으며, 깔끔한 성격으로 내 마음을 정리정돈하려 애쓰지 않을 친구.  

그냥 들어주고,   같이 걸어줄수 있는 친구.

말하는 나의 눈에 시선을 맞추어줄수 있는 친구.

흔들린 머리칼을  쓸어올려주며 고개를 끄덕여줄수 있는 친구.

소리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나를 들어줄 친구.

주저앉은 내가 일어설때까지 같이 쪼그리고 앉아 있어줄 친구.


그런 친구가 있는가.

우울한 날에 쏟아놓을 보자기 같은 친구가 나는 있는가.

나는 그런 친구가 되어준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볼수록, 나를 찾아와 나누어 주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들 앞에서 주제 넘었던 나의 처방전이 부끄럽고, 성급했던 판단과 분별이 안타깝고, 나의 머리로만 듣고 소화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 미안해진다.

왜 나는 눈으로 위로하고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했을까.

웃음으로 등 한번 쓸어주지 못했을까.


오늘, 터져나온 나의 푸념 앞에 부산스레 진단과 처방을 거듭해주는 내 앞의 이들을 보며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런 실수를 또 하다니.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마음을 펼쳐보이다니.

이제 떨어진 마음단지 잘 꾸려 보따리에 잘 꾸려야겠다.

안보이게 잘 꾸려 여며야겠다.

궂은날이 있으면 좋은날이 더 많듯이,  오늘이 궂은날인가 보네 하고 무심하고 나른하게 들어줄 그 친구가 아니라면 마음단지가 또 스물스물 떨어지려 할지라도  모른척 해야겠다.

에이, 뭐 여태 한두번 떨어트리며 산것도 아닌데  넘 요란스럽지 말아야겠다.


위로는.... 그래서 어렵다.

받기도, 주기도 그래서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