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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Feb 15. 2019

비의 노래

Oh, Danny boy

어젯밤부터였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게.


여느 해와 같지 않게 금년 겨울에는 제법 비가 많이 온다.  한동안 비가 와야만 하는 우기인 겨울에도 엘에이에 비가 내리지 않아  사람들도 식물처럼 가물고 목말랐었다.  이 겨울에  엘에이 땅을 적시는 빗물들은  쏘옥쏙,  땅속으로 스며들어 얕은 동산의 메마른 갈색 땅을 야들야들한 연두색 초록 풀로 덮어준다.  


물.

그 귀한 생명의 시작점.

살게 하고 자라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귀한 물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잔잔하게  토도톡! 토도톡! 하고 지붕을 두드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어젯밤에는 속이 시원하도록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가만히 누워서 빗소리를 들었다.

일 년에 겨우 몇 번, 이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귀한 빗소리.

인정머리 없는 알람에 야단맞듯 눈을 뜨던 하루와는 달리 오늘 아침은 빗소리로 귀부터 띄었다.

두두둑 , 두두둑,  빗방울 닿는 소리들이 너무 귀해서 가만히 가만히 몸을 움직였다.

내가 쿵쿵거리면 빗소리가 도망갈 거 같은 마음.


조용히 서둘러서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쌌다.

부지런히 신을 신고 가만히 문을 열었다.


아아.... 이 묵직하고 물기 많은 공기.


현관문을 열고 맞이하는 비 내리는 풍경.

우리 집 앞 큰 나무가 그리 상쾌해 보일 수  없다.

이렇게 맞은 비로 남은 일 년을 버텨야 하는 가엾은 나무들.

물기 가득 머금은 이 공기가, 낮은 기압이,  비를 가득 안고 낮고 느리게 떠가는 저 비구름이, 너무나 소중하다.

사막의 일 년 중 이 한 계절 빗줄기로 우리는 또 한 번  큰 호흡을 하고 자라나야 한다.

여름의 타는 목마름과 싸우고 건조함을 견뎌야 한다.

여기에 비가 올 때는, 저 윗 쪽 산에는 눈으로 내릴 것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

흠뻑 비를 맞고 쑥쑥 자라날 식물들처럼,

나도  이번 겨울엔  나이 테두리 한번 두르고  자라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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