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에 대하여
한때 나는 영화에 미쳐있었다.
스크린 잡지를 정기 구독하면서 고전영화와 새로이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며 완성된 필름을 편집을 하는 나 자신을 꿈꾸었었다.
그 이유 때문에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개봉관에서 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혼자 영화관에 표를 끊고 입장하는 일이 나에게는 이른 새벽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과부의 심정처럼 절박하고 순수한 것이었다.
박한 용돈을 모으고 모아 잡지를 사고, 영화 관련된 각본집을 모으고, 개봉관 영화를 몇 번이고 보러 가는 일이 고등학생에게 쉬운 일이었을 리가 없다. 혼자서는 강다리 건너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건 다른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나는 용기백배해지곤 했다.
첫 나의 홀로 영화 관람기는 “Dirty dancing”이었는데 무려 네 번이나 강다리 건너 버스를 타고 가서 표를 끊고 홀로 관람을 한 것이었다. 네 번째 보던 날 옆에 앉은 늙은 아저씨가 난데없는 바바리맨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서너 번은 더 가서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렇게 시작한 영화에의 사랑은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다. 동시 상영을 하는 삼류 영화관까지 두려움을 무릅쓰고 친구를 대동하고 다닐 만큼 나로서는 주체하기 힘든 열정이었다.
그때 본 영화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끔은 그때의 영화 같은 한 장면들이 나에게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영화는, 그림보다 역동적이고, 객관적 메시지를 던져주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개인들에게 속하게 된다.
영화는 , 시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tool이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잠들어있는 관객을 깨우는 자명종 역할을 하면서도 , 한편 의뭉스럽다.
때로는 완곡하게, 때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소리로, 대사로, 몸짓으로 남길 수 있는 영화라는 예술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혼자 살게 되면서 다시 시작한 영화보기.
아주 친했었지만 한동한 뜸했던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기분이다.
이제는 그 여정도 기록으로 남겨둬야지!
2022년 10월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