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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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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Nov 09. 2022

떠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남아있는,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가문 땅에 내리는 비가 젖게 하는건  눈에 보이는 것들만은 아니다. 아침에 열어젖힌 창문너머로 나의 시선은  땅에 있는 것들에 부딪히는 빗방울들이 내는 소리와 창문에 맺힌 물방울들을 따라간다.


이 많은 물방울들은 흩어져서 다 어디로 가게될까.

한 덩어리의 구름뭉치로 모여있다가 방울방울 바람타고 내려와 각자의 역할을 다 하고난 뒤, 모습도 없이 사라지는 비라는 이름의 물방울들.

존재 하나하나에 이름과 의미를 붙일수도 없고 , 함께 내려왔다가 함께 소임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도 생각도 없지만 물방울들은 그저 만물에 스며든다.

타고난 운명으로 순순하게 내려왔다가 아무도 모르게 다시 ‘순환’한다.


“성실한 삶을 위해”라고 명칭하고 싶지만 실은 먹고 사는데 바빠 나이와 세월을 잊고있다가 어느날 맞이하게 되는 지기들의 스러져가는 모습들이 마치 물방울 같이 느껴진다.


한명, 두명, 세명..


떠나는 사람들이 더해지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수 없는 시간들이 찾아올때마다 느껴지는것은  ‘지금’ 이라는 시간에 대한 잔인함과 절실함이다.

그리고 떠난 사람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속에 갇힌 기억들이다.

그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만나 공유하게 된 기억의 조각들은 생을 다한 그들에게서는 멈추었겠지만, 삶을 하루씩 더 연장받아 이어가고 있는 나의 기억에서는 살아있는것이다.


그 기억속에 있는 나의 친구들, 함께 삶을 나누었던 그들은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순간까지는 떠났더라도 떠난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존재의 의미로 나에게 다시 돌아와 살아난다. 세세한 추억은 잊을지라도, 그들의 꿈과 고운 마음씀씀이와 또렷이 기억되는 그들의 표정은 때때로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돋우며 부탁하는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는 선수들처럼 말이다.

내 손에 쥐어준 그들의 땀이 맺힌 바톤은 그 자체로는 값어치 없는 막대기 같아보이지만 인생의 트랙안에서는 ‘사명’ 이라는 명찰을 달고 내 손에 담겨있다.

그들이 못다 이룬 꿈들, 그들이 소망하던 미래,  그들이 살아있는동안 향하던 그곳을 모른다고 나는 말할수가 없다.

내가 내처 뛰어야 할 분량이 얼만큼 남았을지 나도 모르지만 그저 순환하는 빗방울처럼 나도 내려왔으니 어딘가로 스며들어 누군가를 이롭게 하여야 할 사명이 있는가보다.


바람때문에 창문에 부딪혀 맺힌 자잘한 물방울들은 또르르 흘러 옆의 작은 방울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한방울의 물이라봐야, 잠깐 비친 햇살과 한번 부는 바람으로도 스러지겠으나 함께, 줄곧 ,쉬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바위에도 흔적을 남기니 참 신기한 일이다.


그저 ‘순환’에 나를 맡기고, 함께 떨어지는 물방울같은 친구들과 더불어 나를 잊고 그들의 꿈과 내 꿈을 포개는 일은 어쩌면 가장 나다운, 그리고 선한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의미가 아닐는지.

허락된 그들의 시간을 다하고 이제는 멈추어선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세상은 기억하지 못할 한방울일지라도 함께 여행하며 소리를 낸 빗방울들 같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먼저 여정을 다한 A,B,C,D..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나에겐  특별한 그들의 맑고 아름다웠던 생을 기억하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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