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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May 25. 2023

인연이란 건,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시작되는 것.

꽤 많은 횟수의 봄이라는 계절을 거듭 지나왔지만 유독 잊히지 않는 , 특별한 봄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난 2023년의 봄도  저에게는 앞으로 그렇게 기억될 것 같아요.


아, 실은 봄이라는 계절은  누구에게나 새로움으로 가득하지요.  

새로운 학기의 시작, 새로운 친구들의 만남, 새로운 선생님,.... 아마도 그렇게 새로운 것들이 모여있는 계절이라  "새봄"이라는 말도 생긴 것인가 봐요.  향긋하고 푸릇하게 돋아나는 새순처럼, 봄은 늘 우리에게 기대와 설렘과 더불어 새로운 인연들을 함께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봄바람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두려움도 같이 묻어있지요.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첫 학기, 매 학년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건에는 늘 그러한 긴장이 기대와 함께 섞여있었습니다.

모든 새로움은 새로운 기회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실망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된 것이겠죠.

그렇지만 어느덧 수많은 기대와 실망을 접해본 제법 경험치 많은 중년은 그런 긴장들을 대수롭지 않은 듯 대하고 싶어 집니다. 항상 현실은 늘 기대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도!! … 별일 아니다,라는 투의 달관한 듯한 태도로 긴장해 마지않는 서툰 내면의 어린 영혼을 진정시키는 거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요?

제목은  인연이니 끌림이니 하고 이미 써놓았고, 봄바람, 새 학기 등등의 단어들이 있으니 대충 알 거 같은 눈치 빠른 이들도 있겠지요.

네, 맞아요. 제가 만난 2023년 , 새로운 봄에 만나게 된 새로운 인연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만사가 꽤 심드렁하고 모든 걸 알 것만 같은 내 나이,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귀찮고 주저하게 되는 이 나이. 우연과 어색함과 모험을 되도록 피하고 싶은 뻔한 중년인 내가!  

펜팔 하듯 글로 겨우 인사만 나눈 글이웃과 실제 face to face 만남을 하게 된 겁니다.


나는 꽃과 새싹들이 한창인 한국의 어느 봄날 저녁, 일산의 한 식당에서 글친구 somehow 님을 만났습니다. 얼굴도 본 적 없고 육성을 들어본 적도 없는 존재에 대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호기심이 생긴 건  브런치 덕분이지요.

‘함부로 인연을 만들지 마라 ‘ 며 인연조차 절제하라고 충고한 어느 스님의 말씀도 있건만,  시간이 지나고 쌓이는 글연(문자로 맺어진 因緣이니까요)으로 인해 존재에 대한 상상과 궁금함이 실존으로 나에게 의미가 커지면서 한걸음 내딛게 된 겁니다.

내디딘 나의 발걸음에 상대가 뒷걸음쳤다면 아마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테지요.

나의 용기라는 것이 고작 한걸음만큼이었으니 말입니다.  


처음 개인적인 연락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만나기로 정한 날짜와 시간이 다가올수록 설레었습니다. 뿐 아니라 , 솔직히 걱정도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네요. 거기에는 나의 실망과 걱정만이 아닌 그분의 몫도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묘미라고 할까요?

그날 저녁을 채운 현실은 그간의 기대와 걱정이 민망할 만큼 훌륭하고 따뜻했습니다. 만나자마자 곧 , 섣부른 욕심으로 만들어낸 억지 인연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용기 내어 나와주신 것에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몸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두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른 한국말에 대한 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somehow 님이 올려놓으신 한국말 어휘에 관한 글을 읽고 사실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구독을 하게 되었죠.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somehow 님의 근황과 일상에 대한 고민과 가치관에 대해 점점 알게 되었어요.

나는 브런치에서 확인하게 되는 somehow님의 성실함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분의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뜨는 알림이 마치 건강한 이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이었거든요.  그뿐 아니라 글의 정직하고 솔직함은 , 포샵 많은 인스타 사진이 아닌 뼛속까지 보여주는 엑스레이처럼 적나라해서 서늘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적당한 꾸밈과 가식이 예절이라고까지 말하는 요즘 같은 자기 포장시대에 스스로 정한 일상을 꾸밈없이, 마치 제祭를 올리듯 기록하는 사람. 게다가 가감 없이 고백하고  기록하는 그 솔직함과 자기 성찰의 과정들은,  나를 비추어 보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글과 사람의 간격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그날 저녁의 모든 것을 다 옮길 수는 없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다 알아봤다고 말할 수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날의 첫 만남, 새로운 의미의 인연에

대해 나는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다는 것은 꼭 말해두고 싶습니다.  시간을 할애해 기꺼이 나와 주신 것도 고마웠지만 , 무엇보다 그의 삶과 글과 사람이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이 참 고마웠습니다.  이분이 애쓰고 있구나, 주어진 삶을 참으로 정성스럽게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나는 존재의 힘은 그 진심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정성과 진심이요.


나와 그와 많은 다수의 우리들의 글들이 그저 스스로의 기록에 마지않는다 해도 , 어쩌면 공감해 주는 독자가 적어 내 만족을 위한 작업일 뿐이라고 스스로 평가절하를 한다 해도, 진심을 담은 삶과 글은 계량할 수 없는 절대적 힘이 있습니다. 주변에게 감동을 주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그래서 정직한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그 거울 앞에 서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남긴 글들이 끌과 정이 되어서 우리 영혼을 다듬어가고 성장하게 할 것이니까요.


우리는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somehow님과 나는 닮은 것보다는 다른 게 훨씬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날 저녁 슬며시 들춰 서로 보여준 속내는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우리는 인생이라는 같은 산을 서로 다른 길로 오르고 있는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기록하는 그 여정의 일지를 나는 눈여겨보게 되는 것입니다.  언젠가  어느 지점에서 나의 여정과 겹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somehow 님께 진심으로 고마움과 함께 응원을 보냅니다.  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들어와 기웃거릴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건 somehow 님이 제게 보내준 격려와 관심 때문이니까요.


단풍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에 또 뵐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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