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침이면 숙소 앞 놀이터에서 꽁주와 1시간가량 놀았고, 저녁이면 숙소에서 아들과 몸으로 놀아줬다. 아들은 그런 아빠와 노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남편은 종종 아들과 둘이 앉아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내게 들리지 않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5일째 되던 밤, 우연히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꽁주야, 아빤 너를 잊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사정이 있어서 매일 같이 있는 것이 어려웠어. 아빠가 자주 너랑 놀아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해. 네 마음이 아팠다면 정말 미안하다” 남편은 이야기를 날마다 아들에게 했고, 아들은 여행기간 내내 그 소리를 들으며 들은 척 만 척해 왔던 것이었다. 남편에게 “꽁주한테 왜 그런 이야기를 해?”라고 말을 하니, 남편은 “아들과 남자끼리 통하는 게 있어. 나는 꽁주의 마음을 안다.”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을 들은 뒤, 나는 계속 그 말을 곱씹었다. ‘해맑은 꽁주가 주말마다, 때론 2주, 때론 한 달에 한번 아빠를 본 것에 대해 상처가 있을까? 이렇게 어린데... 아빠에 대한 상처가 있었을까?’ 계속 생각했다. ‘외갓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삼촌에게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아빠의 빈자리가 컸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긴 날 밤, 하바롭스크 숙소의 1/3밖에 안 되는 숙소의 침대 위에서 남편은 다시 꽁주와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그 옆에 살며시 앉아서 꽁주를 모습을 살펴보기로 했다. 내가 곁에 앉은 걸 보며 꽁주는 갑자기 남편에게 “아빠! 엄마 얼굴에 뽀뽀해!”라고 말했다. 남편은 바로 “알았어!”라며 내 왼쪽 뺨에 뽀뽀를 했다. 이번에 꽁주는 나를 쳐다보며, “엄마, 아빠 얼굴에 뽀뽀해”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엉겁결에 남편 뺨에 뽀뽀를 했다. 남편과 나는 꽁주를 한번 쳐다보고,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그럼, 이젠 엄마 아빠가 꽁주 얼굴에 뽀뽀해 줄게!”라며 꽁주 양 뺨에 각각 뽀뽀를 했다. 엉겁결에 아빠 엄마의 뽀뽀를 당한(!) 아들은 매우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해맑게 웃었다. 남편과 나는 꽁주를 우리 품 안에 껴안고 뽀뽀세례 퍼부으며 “사랑해”를 한참 외쳤다.
뽀뽀 이벤트 후 꽁주가 잠든 시간, 난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했다. 꽁주가 오랫동안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그제서야 실감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남편이 말한 ‘꽁주의 마음’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이에게 미안했다.
나는 다음날 꽁주에게 아빠와 나눈 대화와 정말 아빠가 없어서 마음이 아팠는지 물었다. 그리고 5살이 되면 아빠와 함께 살려고 하는데 어떤지도 물었다. 꽁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묵직하게 아렸다. 남편과 나는 뽀뽀 이벤트 후 끊임없이 꽁주에게 사랑하고 있음을 말로, 행동으로 표현했다. 어떤 상황일 때에도 엄마와 아빠가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을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우리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나는 남편과의 합쳐야 하는 것은 더 이상 고민사항이 아니었다. 내 마음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내 목숨보다 귀한 아들의 마음은 보호되어야 했다. 더 이상 상황과 여건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용기와 각오가 필요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