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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Dec 04. 2022

캐나다 예비 세입자의 고달픔

- 집 없는 설움은 부부갈등을 부른다. 

집이 구해지기 전 몇 주 동안  남편과 집 문제로 갈등이 심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어떻게든  집을 구해보려고 하고, 남편은 더 집값이 주로 이동하여 캐나다 생활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앨버타주나 퀘벡주는 BC주보다 집값이 좀 저렴하다고 하니, 후에 알고 보니 집 구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라고 한다.) 


남편의 논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설득력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Job, Visa, 아이 학교, MSP 등을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 모든 일들은 내 몫이라는 것이 날 답답하게 만들었다. 남편의 반복되는 제안, 돌고 돌아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의 끝에 나는 입과 귀를 닫았다. 그렇게 대화는 단절이 되었다. 


7~8월 2달 동안 렌트를 위해 수십 군데 컨택을 했다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후 렌트의 바통을 남편에게 넘겼다. 남편은 만삭인 내가 집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자 9월 한 달 간은 우선 에어비엔비로 지내자고 했다. 

그는 지인과 지역 부동산을 컨택하여 렌트 아파트와 하우스를 물색했다. 며칠 후 지인들로부터 C$ 1900~2200 선에서 10월 입주 가능한 곳 3곳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그 말 만으로 마음이 살짝 놓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첫 번째 하우스에 도착한 순간 기대가 와장창 깨진 것을 말해 뭘 하랴. 


남편 회사 동료가 소개한 첫 번째 하우스는 월 렌트비가 C$ 4500인 5 베드 2층 하우스였다. 이 집을 렌트하려는 동료가 우리와 셰어 하길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2 베드가 있으면 되었기에 나는 월 C$ 1800으로 2 베드를 셰어 하는 것은 괜찮은 딜(deal)이라 생각했었다. 


그 집은 하나의 입구에서 계단을 통해 베이스먼트와 1st floor로 나누어지는 구조였다. 1st floor는 햇볕이 잘 드는 3 베드와  욕조가 있는 화장실, 근사한 주방, 새로 짜 맞춘 세탁실, 아늑한 거실과 patio까지 잘 갖춰져 있었다. 반면 베이스 먼트는 반지하와도 같았는데, 1 베드와 욕조가 없는 화장실, 40년은 되어 보이는 녹슨 세탁/건조기, 고장 난 벽난로가 있었고, 부엌은 없었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차고에 부엌을 만들고 있으며, 고장 난 벽난로를 치우고 가벽을 세워 방을 하나 만들어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렌트하우스 사이트에 나온 시세를 보여주면서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면 침실이 두 개나 되고, 부엌이 잘 갖춰진 unit이 될 거예요. 아시다시피 이 정도 조건이면 싼 거예요."


햇볕이 들지 않는 베이스먼트는 캐나다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어두웠고, 차고에서 만들어지는 부엌은 뒤뜰보다 50cm는 더 아래 위치했다. 싱크대는 합판을 뚫어 스탠으로 만든 개수대만 걸쳐놓았으며, 싱크대 바로 앞의 합판은 깨진 유리창을 가리기 위해 매워둔 것이었다. 아웃리치로 떠났던 캄보디아가 떠오른 것은 웬일일까...  신생아를 데리고 춥고 어두운 곳에서 밥해 먹고 목욕을 시킬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집주인에게 물었다.


"남편 지인이 이 집을 빌리면 우리는 셰어 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어요. 당신도 알죠? 베이스먼트와 위층의 컨디션이 좀 다르네요. 공간 크기, 일조량, 방의 개수, 화장실의 컨디션도 달라요. 베이스먼트의 부엌은 외부에 있기도 하고요. 셰어 할 때 렌트비와 utilities의 금액 비율이 어떻게 나눠져야 할까요?"


베트남인 주인은 금액 비율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기 집을 통으로 C$ 4500에 빌려주는 것이 너무 저렴함을 다시 한번 어필할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그 동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리고 그날 저녁 그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집 보고 오셨어요?"

"네. 하우스가 2개 층으로 나눠져 있고 베이스먼트는 1 베드, 부엌은 외부에 있더라고요. 저희는 2 베드가 필요한데, 어떻게 셰어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비용은 어떻게 나누실 생각이신가요?"

"저희는 위층에 쓸 거예요. 렌트비와 유틸리티는 반반씩 내야죠."

"아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저희는 위층을 쓸 거예요."

"그럼 저희가 베이스먼트 쓰고 반반씩 금액을 내자는 말씀이시죠??"

"네 당연하죠."

.

.

.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무슨 X 소리인가. 좋은 컨디션의 하우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고 싶었던 그 동료는 렌트비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레알 쌍욕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남편이랑 한 곳에서 일하는 인간이라 꾹 눌러 참았다. 대신 남편이 내게 쌍욕 한 바가지를 들었다. 


"오빠가 얼마나 없어 보이게 행동했으면 그 인간이 우리를 호구로 생각해! 그 인간한테 내가 욕할까? 이 XXX, OOO, 사기꾼!!!!!!!!!!!!!!!!!!!!! 지금 전화 걸어봐. 이런 XXXX!!"

"참아라. 내가 해결할게. 매일 얼굴 보는 사이라 싸우면 안 된다."


며칠 후 그 동료가 남편에게 하우스 셰어 이슈를 꺼냈다.


"C$4200으로 깎았어요. 렌트비와 유틸리티는 반반, 당신 가족은 베이스먼트 쓰시는 조건이에요." 


남편은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와 신생아 케어를 핑계로 셰어를 거절했다고 했다. 


남편이 알아보았던 세 집 중 첫 번째 집은 이렇게 물 건너갔다. 두 번째 집은 집주인이 싱글을 원한다며 거절을 당했다. 마지막 집은 침실 하나인 하우스에 3인 가족 이상은 불법이기에 빌려줄 수 없다는 최종 답변을 들었다.



수요일은 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와 출산방법에 대해 논의를 했던 날이다. 안전하게 수술을 통한 출산하는 것으로 한 후 수술 날짜까지 잡고 병원을 나오는데 울컥했다. 출산이 임박했지만 출산용품 준비는커녕 가장 중요한 집도 마련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첫 아이를 낳기 전 남편과 집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던 생각이 났고, 이 번에도 또 집 문제로 인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너무 화가 났다. 수십 곳을 컨택해서 애플리케이션을 작성하고 제출했던 내 노력 대비 몇몇 지인에게 제일 중요한 일을 맡겨두고 계속 딴 세상 이야기만 하는 남편을 향해 소리 없는 비난을 마구 쏟아부었다. 그렇게 집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을 지냈다.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그냥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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