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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Apr 17. 2023

나와 내 친구 영어실력 차이는 왜 생겼을까!

대학 이후 줄곧 영어가 익숙한 환경에 있었다. ‘글로벌대학’을 표명하며 영어강의가 많은 대학을 졸업했고, 국제개발구호 NGO에서 14년 근무했으며, 대학원을 졸업했다. 취업과 진학, 그 외 여러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텍스트' 위주의 시험을 쳤기 때문이었다. 활자에는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늘 어려웠다.  

오랫동안 영어를 쓰는 환경에 있다 보니 영어가 능통한 친구와 동료들이 꽤 많았다. 해외 손님들이 오시거나 대학원 외국인 동료들 앞에서 늘 내숭을 떠는 듯 얌전히 있어야 하는 나와 달리, 지인들은 평소처럼 대화하며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때마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가끔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 스스로도 영어실력이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내 실력과 큰 차이가 있음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영어를 잘 구사하고 싶은 마음, 꾸준히 다가오는 영어회화에 대한 부담으로 학원 수강, 전화영어, 유튜버(youtube)들이 추천하는 쉐도잉, 그룹스터디 등 ‘열심히', ‘다양한’ 영어공부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한, 소문에 의한 방법과 콘텐츠 등에 혹해서 시작을 했다가 불편하고 어려워서 발을 빼는 것의 반복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넘쳐나는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과 정보들 속에서 내게 맞지 않는 방법에 치여 갈팡질팡하며, 초급 영어회화실력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계속되었다. 직장에서는 종종 영어로 브리핑을 하거나 국제중/고교에서 영어로 강의를 해야 했고, 영어성적에 따라 해외파견여부가 결정되었다. 행여나 이직을 생각하더라도 업무의 특성상 영어인터뷰는 물론 국제회의진행 가능 여부가 가점으로 작용되었다. 대학원에서도 영어는 중요했다. 졸업을 위해 영어점수가 요구되었고, 쓰고나 하는 논문에 대한 양질의 자료는 외국자료였다. 내가 속한 사회만 그러한 것인지, 우리 사회 전반이 그러한 것인지... 영어구사능력은 필수였다. 잘할수록, 아니 잘한다는 개념을 넘어 모국어와 같이 소통할 수 있다면 시간낭비와 스트레스는 덜고, 기회는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대학시절 내가 10시간 동안 원서와 씨름할 때 1시간도 안되어 예습과 복습을 다 하고 리포트를 쓰던 선배, 통번역 전공자도 아닌데 스페인어 및 영어의 통번역에 능통하여 회사의 통역을 전담하던 동료, 한국계 국제 NGO에서 근무하다가 쉽게 국제기구로 쉽게 이직하는 친구 등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어렸을 때 영어권 국가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선교사, 주재원, 유학생, 사업가 등이었던 부모님을 따라 영어를 구사하는 국가에서 유치원부터 미들스쿨까지 중 어떤 시점에 최소 1년 이상을 그곳에서 보낸 경험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체득한 것은 그들의 인생에 큰 힘이었다. 부러웠다. 내가 속한 사회, 즉 학업과 직장에서 원어민 수준의 영어의사소통능력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시간과 기회를 적어도 3배 이상, 아니 상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나고 자라 외국 한 번 나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구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친구들과 영어공부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스트레스’의 정도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말하고 들을 때 나는 머리에서 ‘작문’과 ‘번역’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들은 그럼 ‘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들과 나의 그 차이가 절대 좁혀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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