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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Apr 17. 2023

프롤로그. 아이들과 1년 동안 미국 어학연수를 가신다고

아이들과 1년 동안 미국 어학연수를 가신다고?

입사 후 만난 첫 본부장님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면서 카스리마 있는 분이셨다. 그 분과 일하는 것은 날마다 즐거웠다. 평소와 다름없던 오후 본부장님께서 직원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돌리시면서 말씀하셨다. 


“여러분, 제가 다음 달부터 1년간 휴직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계획이에요. 저 없는 동안 행복하게 다들 지내고 계세요. 잘 다녀올게요.”


본부장님은 갑작스러운 작별인사를 남긴 후 며칠 뒤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 자녀 두 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셨다. 1년 간 메일로 간간이 보내주시는 소식, 그리고 첨부된 사진 속의 본부장님과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넓은 마당에서 눈싸움을 하는 사진, 다양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아이들, 미니멀(minimal)한 가구와 가재도구 등이 소소하게 갖춰진 집에서 공부와 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큼직큼직하고 널찍한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도 여유롭게 느껴졌다. 


‘아, 결혼하고 아이가 1학년 즈음에 미국에 1년간 가면 좋겠다. 나도 영어를 배우고, 아이에게는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빚 없이, 생활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가면 좋겠다.’


그 후 14년이 흐른 2022년 여름, 나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끝물의 아들 및 남편과 함께 캐나다 땅을 밟았다. 내 직장에서는 1년을 허락받고, 남편은 캐나다에서 직장을 얻은 상태였다. 


본격적으로 캐나다행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4월 초, VISA 서류가 승인 난 것은 5월 중순, 출국은 6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다. 항공 일정이 확정된 후 인수인계와 짐정리로 바쁜 와중에 짬짬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당분간 캐나다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꿈을 이루었네요.”

“오~ 목표 달성했네요.”

“이야,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더니~”


캐나다행,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망이 강렬했었나 보다. 무의식 중에 ‘아이 1학년 때는 캐나다에 가서 1년간 살고 싶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내가 캐나다 가고 싶어 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까. 배시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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