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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Apr 18. 2023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지만, 확실한 동기와 자극이 있어야 노력에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울 엄마도 교육열이 높으셔서 유치원생인 나에게 종종 EBS 영어방송과 테이프를 종종 틀어주셨다. 초등학교 때는 짧게 영어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영어 과외도 2~3달 받았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한국어의 단어들과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는 것이 못 마땅했고, 어떤 것은 외워야 하고, 어떤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험생이 되기까지 내게 영어는 입시 주요 과목 중 하나에 불과했다. 영어 성적 올리기가 힘들면 다른 과목들의 성적을 올리면 됐고, 그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보니 영어는 입시 과목 중 하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외의 과목들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영어실력은 일상 곳곳에서 필요했다. 대학 친구들은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곤 했는데, 기숙사에서 주말마다 영화를 볼 때면 늘 한계에 부딪혔다. 수업을 듣고, 예습과 복습을 할 때 때마다 늘 자존심이 구겨졌다. 더 이상 핑계 대지 않고 공부를 해야 했다. 문제집을 풀고, 리스닝, 딕테이션 해도 생각했던 것만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시간투자는 하고 있는 데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냥 무식하게 시간만 많이 투자했다. 흥미가 없어서 탄력이 붙지 않는 건지, 탄력이 붙지 않아 흥미가 안 생기는 건 지 알 수 없었다. 몇몇 친구들은 모 학원의 특강을 들으면 점수와 실력이 확 늘 수 있다고 일러주었지만, 방학 기간 서울에서 지낼 돈과 수강료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 해야 할지 모르는 공부를 꾸역꾸역 해 나갔다. 잘하지는 못해도, 절대로 게을리하면 안 되는, 영어는 내게 그런 대상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고,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도 늘지 않는 영어실력은 꾸준하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나마도 기본적인 대화도 못하게 될까 봐 빈 시간에 영어 듣기를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첫째가 서너 살 때 필리핀으로 건너가신 선교사인 외삼촌 네 삼 남매는 영어와 한국어 두 개가 모국어인양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대학 때 만난 콩고 친구는 부족어 2개와 스와힐리어, 불어, 영어 등 6개 언어를 큰 노력 없이 구사했다. 콩고 친구의 부모님은 각각 다른 부족이셨는데, 집에서 부족어 2개를 같이 사용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영어와 콩고 공용어인 스와힐리어와 불어는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입사 후 출장을 떠난 루마니아에서 만난 7살 한국인 남자아이는 가족 외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동네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루마니어로 놀다시피 했다. 아이부모님께서 학교 가기 전에 외국에서 1년 보내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하셨다고 했다. 아이는 루마니아어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한국어와 루마니아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문득 콩고 친구가 대학 때 물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모니카, 한국 사람들은 이상해. 영어를 학교에서만 6년 이상 배우는 데, 왜 영어로 말을 못 해?” 


그때는 한국의 교육과정과 학습방법 등을 예로 들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던 거 같은데, 뒤늦게 자존심이 훅 상했다. ‘왜 나는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접했으면서 이 모양 이 꼴일까. 대체 언제까지 영어와 씨름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여기에 부어야 되나.’ 필요에 의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음에도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화가 났다. 내가 영어에 쏟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으면 어떤 결과를 도출했을지 생각하니, 아니 이미 어렸을 때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했으면 영어로 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생계형 직장인인 내게 훌쩍 어학연수를 가거나 유학을 떠나기는 어렵고, 가더라도 이미 성인인 이상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는 어떻게 해서라도 어렸을 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아이가 언어의 한계 때문에 다양한 호기심과 욕구, 기회 등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리 투자해도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강박과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절. 대. 로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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