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몬트리올 도착

캐나다 몬트리올

by 예모니카

몬트리올은 밴쿠버보다 훨씬 추웠다.

공항 바깥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시내로 가는 택시가 금방 잡혔다.


숙소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보이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왠지 안정됐다. 이정표마다 몬트리올(Montreal)이라고 쓰여 있었다. 가끔 이동을 자주 하거나 정신없이 일정을 마칠 때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이정표가 고마울 때가 있다. 사방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무언가 하나쯤 마침표처럼 콕 찍어주는 존재가 있을 때 정신이 확 드는 법이다.


늦은 저녁, 녹초가 된 몸으로 몬트리올 숙소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우리는 지금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다. 평소라면 집 근처 성당이나 성지를 찾아가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를 드리고 있을 텐데…

실은 어릴 때 첫 영성체를 한 이후,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는 전야 미사를 빠진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하느님의 이끄심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그래서 늘 놀랍고 신기하다.


몬트리올에서는 2주간 머물 계획이다. 도착과 동시에 긴장이 풀릴 법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아파트 곳곳을 살폈다. 동생이 욕실을 보더니 욕조가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 않는단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나무젓가락을 꺼내줬다. 잠시 후, 작업을 마친 동생이 경악을 한다. 하… 머리카락 뭉텅이가 한 움큼 나왔단다.


“언니는 비위 상해서 못 볼 거야.”

그러더니 자기가 사진을 찍겠다며 내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아이고…

동생이 찍은 사진을 눈을 찌푸리며 실눈으로 슬쩍 보다가, 대면할 용기가 없어 그냥 아파트 주인에게 메일을 보냈다. 혹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일자리 잃을까 싶어 말을 안 하려다가, 2주간 머무는 동안 욕조가 다시 막히면 괜히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 봐 사진을 조심스레 첨부했다.


우리는 주로 해외에서 장기 일정으로 머물 때 아파트를 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취사’ 때문이다. 세 명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밥을 해 먹는 게 여러모로 낫다. 아파트에 머물면 현지에서 살아보는 기분도 들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으며,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다.


단점이라면! 꼭 하나쯤은 오늘 같은 말도 안 되는 불량 상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각종 기기 사용법이나 집안 설비에 대한 안내가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등, 보일러, 두꺼비집까지 —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건 도착한 날 전부 직접 해봐야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셋이 후다닥 손발이 척척! 곳곳을 살폈다. 다행히 욕실 청소 불량 말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짐을 대강 풀고, 몬트리올에서의 첫날 아침을 기대하며 전부 취침… 아니, 기절했다.


202412 몬트리올 도착 영하 15도
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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