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모니카 Mar 23. 2021

편지


어느 귀인이 잡초 한 포기를 숫접게 넣어 가까운 단상에서 편지를 건넸다.

산수유. 노루귀. 사랑초. 쑥부쟁이.
봄의 전령사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땅을 일구는 풀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다.

잡초만도 못한 인생이라거든 꽃같이 귀한 삶이라 해라.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볼품 없다지만 제 향기 지니고 곧은 소리 내라. 편지지 줄마다 주렁 주렁 걸린 사랑이 한 가득 피었다.

야생에 피어날 꽃에게 질긴 인연, 벗이 되는 잡초기에 그저 풀이라 부르기 미안했다.

그래, 너는 꽃이다.

생생한 푸른 내음이 터졌다.
무겁고 쾨쾨한 공기가 세상 전부라 체념하듯 살까봐서였다.

어느 귀인이 편지 한 통을 건넸다. 그 안에 푸른 희망이 놓여 있었다.


*숫접게 : 순박하고 진실하게


독일 뮌헨 근교 길가를 걷다 마주한 꽃들 photo by Lucilla


매거진의 이전글 길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