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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n 30. 2021

"주임님,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나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올 초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인원 충원을 하게 되었고, 열정으로 가득찬 신입사원 A가 입사했다.

그러다 모 프로젝트에 A를 비롯한 몇 명의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A의 작업 컨펌을 내가 맡게 되었다.


피드백을 받아본 적은 있어도, 피드백을 해본 적은 손에 꼽기에 (동료들끼리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 무언가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가 신입사원때 (그래봐야 2년 전이겠지만) 피드백을 받게되면 '그래서 뭐 어떡하라는거지' '조금 더 명확하게 좀 해주실 수 없나' 란 의문이 가득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사수가 되면 부사수가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줘야지! 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정작 피드백을 줘야하는 입장이 되니 운을 떼는 것 부터 시작해서 어투 그리고 피드백의 수위를 정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최근에 있었던 일은, 전략문서 제출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고 기존 내용을 좀 더 디벨롭해야했다.

특정 장표는 새로 창조해내는 것 보다는 기존에 모두가 논의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을 하는 내용이라 A도 잘 해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맡겼고, 간단 명료하게 디렉션을 주니 '알겠다'고 했으며 함께 보기로 한 시점에 영 아님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솔직히 짜증이 났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와서 물어보지 왜 이걸 공유 시점까지 붙들고 있었을까. - 아마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싶어서 붙들고 있었을거다


더 큰 문제는, 기존에 모두가 논의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을 하는 내용 인데 막상 A가 작업한 내용에서 '어떤 점이 아쉽고, 이런 방향으로 해야했으며, 저런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라고 명확히 짚기가 어려웠다.


뭔가 아쉬운데 뭐를 어떻게 하라고 말할 줄을 모르는 상태. 였다.

정말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은, 그냥 수고했다 고 하고 내가 수정하는 것일텐데 그건 안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해결이야 빠르게 되겠지만 멀리 보면 그의 성장에도 도움이 안되고 나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깨달았다.


아, 나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거구나.


그치만 제출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나도 잘 모르겠다.' 고 말하는게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손짓 발짓해가며 내 의중을 이해하기를 바랐지만 나도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는데 상대가 대체 어떻게 캐치를 할 수 있을까.


결국 그런 작업을 잘 하는 한 멤버가 뚝딱뚝딱 수정을 마쳤고, 조금은 머쓱하게 상황이 마무리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모호할 때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까지 생각한 방법은 두 가지다.


1.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2. 좋은 샘플을 보여준다. - 가능하다면 해설과 함께


1번은 엄청 바쁜 상황에서 가능할 진 모르겠다. 시간이 여유있고 넉넉하고 스터디 개념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과연 에이전시에서 그런 상황이 얼마나 될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2번. 그러기 위해선 나도 '좋은 샘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리적인 것이든, 내 머릿속에 개념적으로 있는 것이든.


"모 서비스가 좋으니 이거 참고하세요." 라고 말하기 보다

"모 서비스가 좋은 이유는 각 요소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다는거예요. 예를 들면 CTA 버튼을 구성할 때, 아이콘도 강력한 힘일 수도 있지만 적절한 마이크로카피의 적용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 참고해서 조금 더 디벨롭해봐주세요."


라고 했으면 관점의 공유도 되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나부터 이해가 되고, 또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을 때 설득력을 갖게 된다면 '좋은 샘플' 이 될 것이다. 나의 성장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성장을 위해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기록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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