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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31. 2023

제주살이에 필요한 것

퇴사 후 제주 반 달 살이 기록

지난 글에 이어지는 글


제주에 내려와서 맑은 하늘을 오랜만에 봤기에

겁도 없이 (?) 걸어서 30분 거리의 법환포구로 걸어내려 갔다.


걸어내려 갔다는 것은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것.


그런데 제주엔, 특히 서귀포에는 널린 게 카카오 T 바이크였기에

그것만 믿고 뚤레뚤레 내려갔다.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려는데

너무 더웠다

거기에 습도는 99%에 달했다


오늘 말고도 좋은 날 또 있겠지! (없었다) 

하며 다시 되돌아가려고

카카오 T 바이크를 찾았다



어라?

면허를 등록하라고..? 

작정하고 뚜벅이 여행자로 온 거라 쿨하게 면허증 놓고 왔는데..?

어라..?




그렇게 난 내려온 길을 그대로 걸어 올라와야 했고

34도.. 아니 체감 40도에 달하는 뙤약볕의 오르막길을

묵언수행하듯이 묵묵히 걸었다


그 와중에 만난 해바라기

지글지글

해바라기도 지글지글 익을 정도의 날씨였다 정말로.


차로 가면 5분 걸리지만

괜히 택시를 안 타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걷기로 했다.


아, 버스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다만 20분을 기다리고 5분을 이동하는 경로라

나의 효율세포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았다.


그 와중에 풍경은 정말 예뻤다.


다음번 제주에 내려올 때는

차를 빌리건 안 빌리건 면허증을 꼭 챙겨 와야지


사람일은 그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건데,

내가 뭐라고 면허증의 효용을 단정 짓고 안 가져왔는지.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그늘이 하나 없는 길이다


고통스러움이 너무나 예상되지만

안 가면 숙소에도 도착할 수 없다

그래서 발걸음을 떼었다




숙소에 도착해

캔맥주 하나를 마셨는데

지금껏 마신 맥주 중에 가장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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