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제주 반 달 살이 기록
지난 글에 이어지는 글
제주에 내려와서 맑은 하늘을 오랜만에 봤기에
겁도 없이 (?) 걸어서 30분 거리의 법환포구로 걸어내려 갔다.
걸어내려 갔다는 것은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것.
그런데 제주엔, 특히 서귀포에는 널린 게 카카오 T 바이크였기에
그것만 믿고 뚤레뚤레 내려갔다.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려는데
너무 더웠다
거기에 습도는 99%에 달했다
오늘 말고도 좋은 날 또 있겠지! (없었다)
하며 다시 되돌아가려고
카카오 T 바이크를 찾았다
면허를 등록하라고..?
작정하고 뚜벅이 여행자로 온 거라 쿨하게 면허증 놓고 왔는데..?
어라..?
그렇게 난 내려온 길을 그대로 걸어 올라와야 했고
34도.. 아니 체감 40도에 달하는 뙤약볕의 오르막길을
묵언수행하듯이 묵묵히 걸었다
그 와중에 만난 해바라기
해바라기도 지글지글 익을 정도의 날씨였다 정말로.
차로 가면 5분 걸리지만
괜히 택시를 안 타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걷기로 했다.
아, 버스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다만 20분을 기다리고 5분을 이동하는 경로라
나의 효율세포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았다.
다음번 제주에 내려올 때는
차를 빌리건 안 빌리건 면허증을 꼭 챙겨 와야지
사람일은 그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건데,
내가 뭐라고 면허증의 효용을 단정 짓고 안 가져왔는지.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그늘이 하나 없는 길이다
고통스러움이 너무나 예상되지만
안 가면 숙소에도 도착할 수 없다
그래서 발걸음을 떼었다
숙소에 도착해
캔맥주 하나를 마셨는데
지금껏 마신 맥주 중에 가장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