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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17. 2019

피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는 '그것'

나의 가벼운 tmi

 여자라면 달에 한 번씩 '마법'이란 것에 걸린다. 난 왜 생리를 마법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법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것 같다..


 나는 첫 생리를 초등학교 3학년쯤 시작했다. 성교육을 받긴 했지만 실물(?)을 본 건 처음이라 나는 내가 밤 사이 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이거..응ㄱ..아니지?

 보통 생리의 시작이나 통증의 정도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들 한다. 우리 엄마도 일찍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키가 많이 크지 않았다고... 서럽다 참. 시작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에 키도 금방 멈출 수밖에 없고(개인차는 있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기는 일정한 편이다. 주변엔 다양한 생리의 스타일이 있는데 달에 두 번씩 하는 사람, 두 달에 한번 하는 사람도 있다. 본체의 몸 상태에 따라 주기에 영향도 받는다. 불규칙적 생리 주기를 가진 사람들은 이것도 굉장한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러나저러나 생리통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갑진 않지만, 그래도 주기가 일정한 경우 '아 3일 뒤 아프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규칙하면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다짜고짜 뒤통수 맞는 기분일 것 같다.

오늘인줄 몰랐지?

 벌써 주기가 온 줄 모르고 화장실에 가서야 생리가 시작됐음을 알아챘다. 난 생리통이 심해 진통제를 하루에 최소 2알을 먹는 편이다. 근데 이게 웃긴 게, 진통제 효과를 보려면 아프기 전에 먹어야 한단다. 난 생리 함을 인식 한 순간 통증이 시작된다. 그럼 난 예언가처럼, '난 곧 생리를 하게 될 거니 약을 지금 쯤 먹으면 되겠군' 하며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지. 미리 먹었는데 그 날 생리 시작을 하지 않으면 내 몸에게 미안하다.


 오늘도 통증이 시작된 후에 약을 한 알 먹었다. 통증은 계속됐고, 두 알 먹었는데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결국 팀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오후 반차를 내 집으로 향했다. 정말 신기한 게 집에 가까워질수록 통증이 줄었다.(진통제가 그제야 든 거라고 생각하련다.) 부족한 잠을 자고, 8시에 있는 영어 수업을 들으러 집을 나섰는데 진통제 약발이 떨어졌나 보다. 다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선생님께 문자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약을 한 알 더 먹었다.

 '생리'때문에 진통제를 세 알 먹고, 회사 업무도 뒤로 미루고 귀가하고, 내 돈 주고 수강하는 영어학원 수업도 가지 못했다. 이쯤 되면 생리는 마법보다는 확실히 저주에 가까운 것 같다. 느끼는 통증은 사람마다 정도가 달라 묘사하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적절한 묘사를 하더라도 체감이 될까? 난 그래서 생리와 그것의 통증으로 인해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적었다. 나보다 생리통이 심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포기하겠지. 그렇다고 본인의 통증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예민하게 구는 그런 행동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 생리가 나쁜 거지 주변인이 나쁜 건 아니잖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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