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진돗개 뽀삐는 하얀 털을 가졌고 검은 코의 피부가 벗겨져 곧잘 분홍빛 속살을 내비치던 백구였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 뽀삐는 계단 위 문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짖으며 한껏 나를 경계했다.
키 작은 곱슬머리의 계집아이였던 나는 그런 뽀삐가 무서워 주인집 할머니가 개를 붙들어 줄 때까지 한 동안 대문을 통해 집을 집으로 드나드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그곳에 사는 걸로 인식을 한 것인지 뽀삐는 더 이상 짖지도 경계하지도 않았다.
나는 큰 개였던 뽀삐를 두려워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호기심도 있어서 곧잘 먹을 것을 챙겨주며 뽀삐와 한껏 가까워졌다.
책가방을 메고 국민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그 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학교에서 주는 우유와 가끔 나오는 요거트를 먹지 않고 가져와 뽀삐에게 종종 주었었는데 그 때문인지 뽀삐는 하교 후 집으로 오는 나를 대문 앞에서 목을 빼고 기다렸다.
대문 앞에서 두 앞발을 포갠 채 엎드려 있다가 언덕의 밭 사이 길을 지나 집으로 오는 내 모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하면 한달음에 뛰어와 흙투성이가 된 발을 내 몸에 세우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고 얼굴을 마구 핥았다.
뽀삐가 몸을 세우면 거의 내 키만 했기에 반겨주는 뽀삐가 좋으면서도 그 큰 덩치를 내가 받쳐줄 수 없어 맥없는 두 다리가 휘청거리곤 했지만 누군가 반겨준다는 것이 마냥 좋아 항상 흙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굣길이면 그렇게 마중 나온 뽀삐와 함께 밭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곤 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너무 포근하고 따스해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잊지를 못한다.
학교에서는 의기소침하고 항상 주눅 들어 있던 나에게 뽀삐는 내 인생의 첫 번째 친구나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