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 하듯 채운 애정

by 정늘

우리 네 자매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길러졌다.


아빠는 원양어선을 타거나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막일도 하면서 돈을 보내왔고 할머니는 그 돈으로 어린 네 명의 계집아이들을 먹이고 입혔다.


때때로 할머니는 멸치나 미역들을 손질하는 작업장에 일을 다니곤 했기에 언니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아직 학교 갈 나이가 되지 않은 나만 집에 종종 혼자 남았다.


그 당시 내가 살던 집은 언덕 위에 너른 시멘트 마당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여러 집들이 붙어있는 다가구 주택이었다.

집주인 할머니는 인심 좋은 분이어서 종종 집 근처에서 키우는 살구나 단감을 나누어 주시곤 했다.

이 집이 가장 내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그래도 내 유년시절의 조금의 따뜻했던 기억들이 이 집에 드문드문 묻어있기 때문이리라.


난하고 서글픈 환경 속에서 어리고 외로웠던 나에게 무한한 애정을 듬뿍 주던 주인집 하얀 진돗개 뽀삐, 아침이면 주인집 할머니가 끓이던 개죽 냄새와 주인집 손자들, 윗집 아이들, 옆집 아이, 하숙하던 대학생 삼촌들.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그나마 나를 현재 조금은 온기있게 살아가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족들에게서 얻기 힘들었던 애정과 유대감을 나는 타인과 동물에게서 동냥하듯 조금씩 얻어 채워갔던 것 같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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