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책과 가깝게 하는 법
저에게 육아는
우선, 그림책 이었습니다.
저의 오랜 취미를 고르라면 단연 독서입니다.(물론 지금은 많이 줄어든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요.)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책과 관련된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어릴 적 엄마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에 빠져들던 기억도, 주말엔 광화문 교보문고에 자주 찾아가 온 가족이 자기가 좋아하는 코너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던 추억도 있습니다. 커다란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어갈 때 확, 느껴지는 엄청난 책들의 향기는 어른이 된 뒤 카페를 들어갈 때 훅, 느껴지는 원두향을 맡았을 때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황홀하고 힐링이 되는 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장난감은 기준이 높았어도 서점에서 제가 고른 책은 거의 사게 해주셨기 때문에, 쇼핑의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제가 책과 가까운 삶을 살게 된 가장 큰 덕은 사실 ‘엄마’입니다. 엄마가 독서를 즐겨 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책 소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저도 책을 소장하는 것이 취미이자 당연한 일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도 책과 함께하는 일상을 가진 엄마가 되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습니다.
처음 아이를 낳고 그림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을 선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책 중에 평소에 자주 접하던 분야가 아니었고, 시중에 다양한 그림책이 많아서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지도 알 수 없더라고요. 전집도 많이 있었지만, 어릴 적 전집의 안 좋은 추억(다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숙제같은 느낌) 때문에 전집 사는 것은 좀 배제 했습니다.두돌 무렵 자연 관찰 전집 정도만 구입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마저도 사실 저에게는 별로 맞지 않더라고요. 큰 아이가 10살이 된 지금은 안 샀어도 상관없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째를 낳고 출생신고를 할 때 받았던 책 꾸러미의 보드북이 우리 딸의 첫번째 책이 되었고요. 그 이후에는 인터넷에서 베스트 셀러 보드북을 많이 구입했던 것 같아요. 보드북은 한 장, 한 장의 종이가 두껍고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으며, 크기 또한 작아서 신생아 무렵부터 읽어주기에 적합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림책을 무작정 서점에 가서 눈에 띄는 것을 사기도 하고, 주변의 추천을 받아 사기도 했고요. 그렇게 좌충우돌 책육아를 하다보니 이제 큰 아이가 10살, 둘째가 6살 무렵쯤 되자 조금은 나만의 그림책 육아 방법이 정돈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 덧붙여 요즘 초기문해력을 석사전공 하며 공부를 해 보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교육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공부를 하며 요즘 읽고 있는 ‘책 읽는 뇌’에만 해도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오는데 읽어만 보아도 책육아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동화를 처음 들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독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후 5년 동안 이런 일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못하는가가 후일 그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연령이 될 때까지 언어적으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풍부한 자극을 받고 자란 아이 사이에는 이미 3,200만 개 어휘의 격차가 벌어진다. 다시 말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중류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혜택받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보다 3,200만 개의 단어를 더 듣고 자란다는 뜻이다.‘
공부를 따로 한 것도 아닌데, 5살에 이미 3,200만 개나 어휘의 격차가 벌어진다니, 그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것보다도 우선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친구로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 경험상,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효과가 좋았던 그림책육아 방법을 조금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그림책 육아를 이제 막 입문 하시려는 분들께는 그림책 교육 관련 책들을 추천!
위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저의 그림책 육아 시작은 베스트셀러인 보드북들 이었습니다. 엄마랑 뽀뽀, 달님 안녕, 사과가 쿵, 같은 작품들이요. 그런데 베스트셀러를 찾다 보니 너무 한정된 그림책만 만날 수 있더라고요. 어떻게 새로운 그림책을 골라줄까 하다가, 무작정 그림책 교육 관련 책을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구입한 책은 ‘하루 15분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 ‘0-7세 판타스틱 그림책 육아‘ 등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보면 나이 별, 시기 별, 주제 별 추천 그림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을 보며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책을 구입하면 됩니다. 처음에 저는 아이 발달 시기별 추천 책을 거의 산 부분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도서관 같은 곳에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며 아이가 좀 더 흥미가 있어하는 책 위주로 구입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그림책 선정 방법이 조금씩 생기실 거예요.
처음 그림책에 육아에 발을 들여 놓으셨다면, 그림책 교육 관련 책을 보시고 우리 아이의 시기 별, 혹은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주제 중 추천된 책 몇 권을 골라 구입해 보세요.
2. 좋아하는 작가 시리즈로 구입하기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좀 사보고, 위에 언급한 그림책 교육 관련 책을 참고해 그림책을 구입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이쯤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도 새로 생기고요. 이럴 때 그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 보시면 좋아요. 우리 첫찌 같은 경우는 앤서니 브라운, 안녕달, 백희나, 요시타케 신스케, 유설화 작가 책은 다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신간을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스스로 이렇게 작가별로 구분해서 정리를 하더라고요.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는 것은 미래의 능숙한 독자가 될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어떤 작가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조금 더 그림책과 가까워질 겁니다.
3. 오프라인 서점,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기
이 팁은 사실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시라는 말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온라인 서점 같은 경우는 베스트 셀러 혹은 md추천 책, 신간 정도만 보게 되잖아요. 제 경험상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다양한 책이 전시 되어 있어서 온라인 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책을 우연히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목은 별로 였는데 넘겨 보면 생각보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든지, 그림이 글로 전하지 못하는 부분을 전해준다든지, 책을 반으로 접었을 때 한 면에 비친 그림까지 보게 된다든지 하는 것들은 오프라인 서점(혹은 도서관)에서 실제로 접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빌린 책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 보다는 열흘에 한 번은 꼭 아이랑 함께 서점에 방문했던 것 같고, 요즘에는 아이들이 많이 커서 3주에 한 번씩은 도서관을 방문합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도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환경이 온통 책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책을 골라 읽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자연스럽게 집중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고른 책은 더 잘 보게 되죠.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꼭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 아이와 자주 방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4. 여행지에서 기념품 대신 기념이 될만한 책을 한 권씩 선물해 주기
바로 이 부분이 저의 가장 꿀팁인데요.
저는 여행지에 갔을 때 시간이 난다면 서점을 들러보는 편입니다. 원체 다양한 서점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가는 서점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서점은 주인에 따라 인테리어나 구성 방식 자체가 다르니까요.)
예전에 서울에서 묵을 일이 있을 때 광화문 교보 문고에 첫째를 데려 갔어요. 제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이라 딸과 꼭 함께 방문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 시절 첫째도 규모가 어머어마한 대형서점에 와 본 것은 처음이었고요.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유아 코너에 가서 평대 위에 올려진 책들을 함께 구경했습니다. 원하는 책은 읽어주고요. 그러다 구성이랑 내용이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나왔는데 여전히 이 책을 읽을 읽을 때면 그 때의 여행이 되살아난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부산 여행에서 이터널 저니라는 멋진 서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두 아이의 책을 모두 구입했었어요. 돌아보면 이 때부터 첫째는 요시타케 신스케에 빠지게 되었고, 둘째는 여러가지 색깔들이라는 팝업북을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요. 여행지 숙소에 누워 오늘 산 책을 한 번씩 읽어보면 그것 마저도 추억이 됩니다.
5. 거실에 책장을 마련해보기
저희가 사는 전원주택에 방 크기가 애매해서 서재방을 따로 만들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신 거실 전면 책장을 마련했죠. 근데 이렇게 해 놓으니 주 활동 공간에 책들이 눈에 잘 띄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심심할 때 책을 찾아서 읽더라고요. 저희는 거실 천장이 높아서 책장이 이렇게 크지만, 이렇게 커다란 책장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 책장을 놓아보세요. 거창하게 TV를 없애지 않아도 TV를 꺼둔 시간에 자연히 책에 손이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6. 그림책이 원작인 뮤지컬과 그림책 전시회를 함께 관람하기
아이들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면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함께 관람해 보세요. 원작과 같은 내용, 다른 내용을 찾는 것도 재미있지만 확실히 책의 내용을 풍부한 무대 환경과 배우들의 연기, 다양한 소품과 노래로 함께하다보면 혼자 책으로 읽었을 때보다 원작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뮤지컬을 본 책들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자주 보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더라고요.
또 찾아보면 매 년 여러 번 있는 그림책 관련 전시회도 추천합니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전을 다녀오고 나서도 그랬지만, 작년 내 맘쏙 모두의 그림책전에서는 큰찌가 윤지회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두 아이 모두 서현, 이수지, 안녕달 작가 그림책과 조금 더 친해졌어요.
7. 매일 한 권이라도 잠자리 그림책을 읽어주기
요즘도 자기 전에 둘째는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세 권 정도 골라 옵니다. 많은 집들이 비슷하겠지만 저희집에서도 거의 매일 잠자리에 그림책을 읽고 자는 습관이 있거든요. 첫째때부터 루틴을 만들어 지속해 오고 있는 부분인데, 이제 제법 큰 첫째는 둘째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안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옆에서 읽습니다.
이렇게 자기 전에 두, 세권씩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그림책을 읽는 장점도 있지만 풍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림책을 읽어줄 때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아이는 그림을 풍부하게 느끼며 엄마(아빠, 혹은 다른 유의미한 어른)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글밥이 조금 적더라도 혹은 많더라도 아이가 좋아하면 그 시간은 유의미한 것 같아요. 요즘은 둘째가 가끔은 틀리고, 느린 속도이긴 해도 그림책을 스스로 읽으려고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성장했구나를 또 한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읽어주실 때는 (특히 학령기에 가까워지는 아이들일 경우에도) 글씨를 지도한다는 학습적인 접근 말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때 그때 보고 느끼는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만 접근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냥 그 시간, 그 곳에서 그림책과 함께 즐거운 경험만 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들이 될 거예요.
지금까지 제가 실제로 아이를 키우며 하고 있는 그림책 육아 팁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막상 적어보니 거창한 팁은 없지만,
이렇게 책을 직접 보고, 느끼며, 고르고,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책과 가까워진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제가 그랬듯 우리 아이들도 독서가 삶의 일부가 되고, 책을 통해 삶의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고, 모르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아이를 책과 친해지게 하는 방법은 사실, 부모님들의 수고가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집의 문해환경을 구축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함께 찾아서 읽어주고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역시 엄마, 아빠가 책을 자주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제가 길지는 않지만 짧지도 않은 시간을 육아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육아에 쉬운 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힘들게 엄마, 아빠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가 바르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지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들이는 노력들이 힘들고 고될때도 많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데 충분한 밑바탕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저 부터 조금 더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과 좀 더 친해져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