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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나 Jul 11. 2024

갱년기 증상.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5년 전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j와 대화 중이었다. 난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하는 말들을 고깝게 들으면서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내 머릿속에 있던 그 말이 내 귀에, 심지어는 내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리는 미친 상황이 전개되었다.


며칠 전부터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j 일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쏟냄과 동시에  직장 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었을 때 다녔던 회사에서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긋하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고개를 45도로 치켜세며 잘난 척을 시작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아주 정성스럽게 본인에 대한 자랑을 하곤 했었다.


"헐, 젊었을 때는 그 식으로 일한 거야? 눼눼..좋은 회사였네요."

비아냥거리는 말투의 말이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분명 작은따옴표('...')가 있는 마음의 소리였었다. 젊었을 때는 잘 나갔었다며, 자기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폄하하는 그녀의 말투가 무척 거슬렸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쩌자고 내 생각이 이리 당당게 입 밖으로 나을까.


사실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내가 한 말에 상대방이 상처받거나 화가 났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모임서 즐겁게 대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래서 늘 피곤다. 혹시 대화중 말실수를 했을까 봐 뇌회로를 꼼꼼히 다시 돌려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 중에 마음에 걸리는  있기라도 하면 잠을 설치게 된다. 며칠 동안 그 말내 생활에 있다. 진 빠지게 곱씹은 후 상대방에게 미안했다는 문자를 보낸다. 정작 상대방은 신경도 안 쓰고 있을뿐더러 어떤 이는 나와의 대화 내용조차 기억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정도로 하찮은 말들이었다.


그랬던 내가 j에게 마음의 소리를 툭 내뱉었다. 온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했다. 그냥 쓸데없이 한 이라며 을 휘두르고, 어색한 웃음 라한 변명까지 해가며 어수선하게 그 순간을 넘겼다. 


"아후, 꼴 보기 싫어."


어릴 적부터 내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들도 곧잘 삼키곤 었는데,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내 속에만 있던 말들이 부글부글거리고, 달싹달싹하면서 쏟아져 나오려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억눌려 있던 마음의 말들이 갱년기를 핑계 삼아 잘못된 방법으로 j에게 터져 나온 거였을까?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뒷전이었고, 늘 상대방 기분만 살피기에 바빴던 과거의 나에 대한 복수를 현재의 내 갱년기가 시원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뭘 그렇게까지 눈치 보면서 할 말도 못 하고 살았냐면서...


내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살아보고자 한다. 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화나면 화난다고  해야겠다.  마음과 생각을 무시하지 말고 잘~~~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날이었다.


남편과 시답잖은 수다를 떨면서 수박을 먹고 있었다. 그는 썰어 놓은 수박 중에 맛있는 부분만 골라서 먹었다.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와 버렸다.


"아후, 꼴 보기 싫어."

"..........................."


갱년기를 무기 삼아 '주둥이 파이터'가 될까 봐 살짝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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