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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은 Aug 14. 2024

바지단을 모아 모아_3

바지단으로 만든 티슈케이스

어느 날, 동생이 백화점 수선집에 바지단들을 모아 두었다고 혹시 쓸 곳이 있으면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바지를 수선하고 남은 바지단들을 혹시 모를 재수선을 위해 모아 두셨다고 했다. 동생은 이태리 수입브랜드의 원단이고 이태리에서 제작된 고퀄이라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재활용 관련 수업들을 하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던 터라 나에게 물어봐 주었다. 내 작업실에는 자투리 원단을 모아두는 박스가 있다. 재봉하고 남은 작은 원단들을 모아두는 박스이다. 작은 조각도 버리지 않고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바지단을 모으던 초반, 사실 바지단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버려지는 원단이 아깝다는 생각에 모아 달라고 부탁했고 쌓이는 바지단들을 보면서 뭐라도 만들어 보려고 했다.


재료: 바지 줄이고 남은 바지단(겉감), 타이벡(안감), 끈(리본)        


조금 짧은 바지단들을 짜깁기 해서 만들어 둔 패치.

자투리원단으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조각보처럼 원단을 잘라 이어 붙이는 방법이다. 지금은 바지단을 그대로 살리는 디자인을 하려고 하지만 초반엔 남들처럼 잘라서 쓸 생각을 했었다. 몇 조각 잘라 붙여보니 원단자체가 두께가 두껍고 빳빳한 원단들이 많아 작업이 쉽지 않고 모양도 이쁘지 않았다.

처음에 뭘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일단 패치를 만들어두면 나중에 뭐라도 만들겠지 하고 연결해 두었던 것. 바지밑단 접힌 부분을 살려서 패치patch* 해 두었다.

*patch 헝겊조각(깁는데 쓰는), 천조각; 판자조각(수리용),... 수선하다, 고치다





식탁 위에 있는 박스 티슈의 박스를 줄이고자  ‘박스 없는 티슈’를 큰 박스(벌크)로 주문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티슈박스를 대처할 티슈케이스가 필요했다. 사이즈를 체크해 보니 미리 만들어 두었던 패치원단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겉감인 패치원단이 두꺼워서 안감은 얇고 빳빳한 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안감으로 금색 타이벡을 쓰기로 했다. 가방 샘플용으로 가지고 있던 원단이다.



바지밑단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패치



입구 쪽 겹치는 부분을 엇갈리게 박아 개구부를 만드는 심플한 형태의 티슈 케이스이다. 고리를 달아 오픈옆에 걸어 두고 쓰면 편리할 듯하다. 라벨을 달아 완성했다.

원단으로 된 티슈케이스는 이방 저방 들고 다니기 부담 없고 던져주기? 도 안전하다.





바지단으로 만든 티슈케이스


원단의 색상이나 소재의 특성상 가을느낌이 난다. 아마도 가을바지의 바지단이었나 보다. 한 브랜드 <슬로웨어>의 바지단으로 만든 작업들을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안 쓰는 에코백으로 앞치마 만들기>는 쓸모는 있지만 쓸모를 잃어버린 가방에서 시작했다면 <바지단을 모아모아>는  수선하는 새옷의 부분을 활용해 새 쓸모를 만드는 과정이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해서 '원단'은 나에게 흔하고 만만한 소재였다. 하지만 재활용 원단소재는 너무나 생각할 것이 많다. 디자인뿐 아니라 만들고 남을 쓰레기까지 신경 써야 한다. 한때는 뭘 만든다는 것 자체가 환경오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환경디자이너나 재활용 디자이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친환경보다는 '새로운 소재'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은 가볍게,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 쓰는 물건이나 버려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재료를 찾고 새 쓸모를 찾아주는 일은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insta @monnuh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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