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중반에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났고 3년의 긴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처음으로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음에도 진짜 이 결혼을 하는 것이 맞나 많이 고민했다. 결혼을 하면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고, 나라는 사람이 없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유부녀 친구가 '일단 결혼하고 별로면 이혼해. 요즘에 이혼은 흠도 아니야'라고 해준 말이 위안이 되었다. 이상한 포인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혼을 망설였는데 친구의 말이 결혼에 대한 무게감을 낮춰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 인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통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이들 싸운다고 하는데,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우리의 선택을 늘 존중해 주셨고, 나는 결혼식에 대한 큰 꿈이 없었다. 오히려 돈을 아껴서 신혼여행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쌓고 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신혼집을 어디로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의견 차이로 한번 싸웠다. 하지만 그때 남편이 '나는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 우리 더 이야기를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다시 남편에게 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평탄한 결혼식, 평온한 결혼생활로 나는 주변에서 소문난 '남편덕후'가 되었다. 진짜 온 세상에 우리 남편의 멋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이 귀여운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일상생활에서도 남편의 모습을 많이 찍어두었다. 인생에서 정말 남편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느낌이었고, 부족함이 없었다. 보통 결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면 다음 단계로 아기를 갖고 싶어 진다는데 나는 결혼 생활과는 별개였다.
어렸을 때부터, 정말 유치원생일 때부터 나는 아기를 안 좋아했다. 부모님이 동생 낳아줄까?라고 물어봐도 싫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말도 안 통하고, 마음대로 하는 아기가 왜 귀여운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아기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물론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아기에 대한 생각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