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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 Oct 31. 2024

[결혼 일기 #2] 아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싫진 않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아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데 체력이 중요하니까 이제 슬슬 아기를 갖을까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아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갖고 싶진 않았다. 아기를 낳고 나면 많은 것이 달라질 텐데, 그전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먼저 하고, 후회 없이 아기를 갖고 싶었다.

첫 번째로 남편과 영국을 가기로 했다. 자타공인 해리포터 덕후에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국은 정말 꿈의 나라이다.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꼭 영국을 다녀오고 아기를 갖기로 했다. 남편은 아기를 낳고 아기와 함께 가자고 했지만, 냉정하게 아기와 함께 여행을 가려면 적어도 '여행'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너무 먼 미래여서 2020년의 영국은 둘이서 오붓하게 하기로 했다. 이왕 가는 거 비즈니스로 티켓도 끊고, 회사에도 2주 휴가를 갈 것이라고 미리 말해두었지만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비행기표도 취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영국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고, 영국행 비행기 티켓은 취소했다.


어렵게 아기를 갖기로 한 첫 단계가 무산되자 아기에 대한 생각이 다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 비슷한 시기에 다니고 있던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어서 이직을 준비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는 비전이 있는 회사, 내가 재미를 느끼고 일을 할 수 있는 곳, 배울만한 리더가 있는 곳 이 3가지를 갖춘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출장의 기회 그리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진짜 아기에 대한 생각이 강했다면, 이때 이미 육아에 대한 복지가 좋은 곳을 갔어야 하지만, 아기에 대한 생각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육아보다 나의 커리어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2021년 새로운 곳에 이직하면서 아기에 대한 생각은 한발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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