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 Nov 04. 2024

[결혼 일기 #3] 아기보다는 일이 더 좋아

2021년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정말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매일 12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에 있는 본사와 미팅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아침 7시까지 출근을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야근하는 것에 대해서 남편은 안쓰러워했지만, 가끔 회사 앞에서 만나서 함께 퇴근하면서 소소하게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것도 행복했다.


업무에 치이면서 바쁘게 지냈지만, 아기에 대한 생각은 잔잔하게 남아있었다. 마침 같은 팀의 팀원과 팀장님도 아기를 생각하고 있어서 나도 아기를 낳을 생각이 있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임신을 할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신생 회사의 규모였기 때문에 갑자기 임신을 하게 되면 회사 업무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내년 즈음에 아기를 갖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고, 일이 재미있었던 나는 알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니, 나의 가정 계획에 회사가 개입하는 것이 이상했다. 가끔 뉴스에서 간호사분들이 돌아가면서 임신주기를 맞춘다는 이야기 나에게도 일어났고, 어느 정도 회사 입장도 이해가 됐지만 미묘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만큼 그 당시 나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입사하고 1년도 안돼서 마음속 버킷 리스트에 있던 출장을 드디어 가게 되어 너무 신이 났었다. 물론 면세점 쇼핑이니, 출장지에서의 여행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며 남편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떠나는 출장이었다. 남편은 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며 항상 내가 하는 일을 지지해 줘서 이번에 떠나는 한 달 출장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출장 당일에 '출장 안 가면 안 돼? 너무 외로울 것 같아.'라며 살짝 투정을 부렸다. 결혼 3년 만에 처음으로 오랫동안 떨어지는 거라 조금 슬펐지만, 정말 이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새로운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어느 정도 성취하다 보니 다시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는 이미 입사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기본으로 깔려있는 상태에서 나의 자아실현도 이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기에 대한 생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전 03화 [결혼 일기 #2] 아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싫진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