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뀐 일상에 대하여.
달라진 주말 오후의 기록. 감정을 제한 요약본.
2019년을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2020년에 겪을 일들을 들려준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SF 영화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며 실소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쪽이 재밌겠다며 제안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진 않는데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일상. 너무나 현실적이라 믿고 싶지 않다며 말이에요.
바뀐 것 같지만 바뀌지 않은 세상.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돌아가고 어떻게든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뉴스로 처음 보도된 후, 한두 달 사이 많은 순간이 변해버렸습니다. ‘코로나 19’란 전염성 높은 질환으로 인해 생활 전반이 미묘하게 달라졌기 때문이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는 마스크가 일상이 된 겁니다. 미세먼지 때만 해도 외출 시 겨우 챙기던 마스크였는데, 이제는 볼이 쓰라릴 정도로 한 몸이 되었죠. 살면서 맛집도 아닌 마스크 때문에 줄을 서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디 그뿐만이겠어요? 거들떠보지도 않던 타인의 기침 소리에도 예민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는 태도는 더 이상 호들갑이 아니라 배려 그 이상이 된 겁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며 반강제적인 ‘집돌이’ 생활에 돌입했더랬죠. 원래부터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큰 불편함은 없긴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평소와 달라진 생활양식을 만나곤 합니다.
나 혼자 산 지 벌써 칠팔 년째. 이 생활이 익숙해진 뒤론 대부분 비슷한 일상을 보냅니다. 자타공인 커피 마니아라 하루의 시작은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로 시작하죠. 평일에는 출근이 팍팍해 회사로 향하기 바쁘지만, 여유가 있다거나 주말인 경우 무조건 원두부터 만지작 거립니다. 가득 해지는 커피 향으로 졸린 눈을 비비죠.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다 눈이 떠지면 즉흥적으로 할 일을 정하곤 합니다.
보통은 가고 싶던 카페나 맛집을 찾아보고 때때로 친구를 만납니다. 가끔씩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요. 혹은 영화나 드라마, 책과 술로 느지막한 주말 저녁을 즐깁니다. 배달 주문으로라도 좋아하는 음식을 품에 끼고 살죠. 편한 자세로 좋아하는 예능을 틀어놓은 뒤, 야식 한 입 야무지게 베어 물고 입술에 술 한 잔 적시면 그게 행복인 일상.
코로나가 사회적 문제가 된 후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커피를 내려마시며 하루를 시작하죠. 다만 맛집이나 배달 주문을 자제하고, 의식적으로 직접 해 먹는 빈도를 늘렸습니다. 나름 파스타나 스테이크는 일가견 있다 자부하는 터라 ‘반강제 집돌이 생활’ 초반엔 자주 해 먹었지만.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무리 느끼한 걸 좋아하는 입맛이래도 몇 주 동안 주야장천 해 먹자니 한식이 간절해졌습니다. 한식은 상대적으로 필요한 재료도 많고 맛을 살리기도 까다로워 굳이 해 먹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식 중 내세울 무기는 갈비찜뿐이었는데, 몇 달간 나물 몇 가지에 된장찌개까진 꽤 그럴싸해졌습니다. 원래 요리를 좋아하던 터니 이 참에 한식 자격증이라도 따 볼까 싶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사적인 일상에 가장 타격 입은 건 운동입니다. 퇴근 후 짧고 굵게 운동하며 건강을 챙겼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체육관은 좀 꺼려집니다. 체육관에는 좀 미안하다만 당분간 쉬기로 마음먹었죠. 사실 이건 내가 남들에게 옮길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땀이 원체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질질 흘리고 다니는데, 혹시라도 아프게 되면 잠복기 동안 체육관에 많은 영향을 끼칠까 싶어 말입니다.
대신 너무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셔 이번 주말부터는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스스로 등산 다닐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상쾌하고 운동도 되겠다 싶어 조금은 친해질 생각이죠. 콧구멍에 맑은 공기 좀 쐬어주는 일도 나쁘지 않고. 봄, 여름, 가을산까지 돌아보았으니. 겨울 장비를 마련하여 눈 덮인 정상도 등정해봐야죠. 다만 TV 예능이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캠핑은 저랑 맞지 않더군요. 여행의 대안으로 캠핑이 대세라는데 전 생각보다 그냥 그랬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겸연스러워 진 점도 있습니다. 평생 없던 효자 노릇을 요즘 들어하고 삽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간신히 효자인 척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살가운 자식도 아니고, 전화 통화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부모님께 안부 전화드리는 일은 손에 꼽았습니다. 그래도 요새 같은 때에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순 없지 않겠어요. 가능하면 매일, 잠깐씩이라도 안부 전화드립니다. 마스크는 구하셨는지, 줄은 오래 안 서셨는지, 건강은 괜찮으신지 등등. 마음 쓰이는 부분을 물어보고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곤 하죠.
혼자가 너무 편하고 할 일도 너무 많은 타입이라 나 홀로 생활이 외로웠던 적은 딱히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가족과 조금은 가까워진 생활도 나쁘지 않네요.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게. 막 혼자만은 아니지. 상대의 따스함을 전화기 너머로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려 봅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따지고 보니, 결국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들이 바뀐 게 맞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빼앗긴 일상을 그리워만 하며 제 자리에 멈춰 서있을 순 없으니까요. 흐름에 맞추어 가기도 하고, 나름 적응해가고 있죠.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여행과 비행기는 어떻게든 보상받지 못할 겁니다. 황금연휴를 노리고 작년부터 사둔 비행기 티켓과 보름짜리 휴가는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더랬죠. 그래도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상실된 자리에는 또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평소와 조금은 달라진 채 행동하고 대상을 바라봅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니, 내 일상은 조금 내어놓더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말입니다. 더 큰 고통을 짊어지는 사람들도 많으니깐요. 하지만 선의로 시작된 건 아닙니다. 평소와 달라진, 상실하고 변화하며 사유했던 단어들을 곱씹었던 데에는. 모두 희망이란 단어가 전제로 깔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서로 힘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한 호흡을 만끽하며 집 밖을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마음 말이죠.
작년이, 과거가, 그때가 그립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던 때가 말이죠. 다시 오면 더더욱 소중히 여겨줄 터이니. 당신의 자리 비움이 어서 끝나길. 부재중인 일상이 집으로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