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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Mar 03. 2019

[오늘의 책일기] 라이프 3.0

만들어진 신의 이름으로.

   언젠가부터 우리는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자주, 그리고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와 함께 말이죠. 사실 해당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공상 만화나 SF영화 속에서 인공지능을 친숙하게 만나왔습니다. 스타워즈에서 동글동글 허니 귀여웠던 ‘R2D2’라던가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로봇 에이전트, 매트릭스에서 다양하게 출현하던 악당들, 혹은 공각기동대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만화 속에서 접할 수 있었던 세계관처럼요. 그래서인지 인공지능은 친근하지만 한편으로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용’이나 ‘엘프’처럼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존재 같았거든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죠. 당분간은 인간의 영역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바둑'에서의 한판 승부가 크게 회자된 이후로,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곧 만나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 ‘곧’이란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다방면의 뛰어난 학자들도 말이죠. 


라이프 3.0 (이미지 출처: 예스24 웹페이지)


   맥스 테그마크의 책, ‘라이프 3.0’은 인공지능, 혹은 AI의 현재와 미래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이프 3.0’은 소프트웨어 (인간의 정신이나 지능 같은)와 하드웨어 (신체) 모두 진화적 과정이 필요 없이 환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말합니다. 사이보그나 로봇의 세상을 뜻하죠. 인류처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지능은 가지고 있되, 진화의 사슬에 신체가 묶인 지금을 ‘라이프 2.0’으로 정의하고 있고요. 아직은 라이프 3.0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언제 출현할지, 라이프 2.0 세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견해차에 대해 크게 네 종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이상주의자: 이번 세대에 출현할 것이며,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기술 회의론자: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이번 세대에는 올 리가 없다. 지금의 걱정은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
이로운 AI운동: 이번 세대에 출현할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이며, 지금부터 안정성 연구를 시작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추구해야 한다.
러다이트: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해악이다. 인공지능을 반대한다.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될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술 회의론자’ 쪽 의견을 지지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 분야는 이미 지금도 많이 발전해온 상태이고, 우리가 해오던 일들의 상당수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인간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니까요. 분야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할 수 있는 것과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그러면 이미 인간보다 생산력이 뛰어나거나 계산이 빠른 공장 로봇이나 컴퓨터는 인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죠. 우린 이들을 ‘도구’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닌 인류의 수준이거나, 인류를 뛰어넘었다고 부를 수 있을까요.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 상으로는 크게 ‘지능’, ‘목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시점입니다. 여기서의 ‘지능’은 다시 ‘기억’, ‘연산’, ‘학습’으로 나눌 수 있고요. 하나하나의 개념에서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은 매우 멀어보입니다만, 그 길을 가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마다 설왕설래하는 거죠. 하나하나의 길을 가는데 매우 정석적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어느 한 구석이 채워지니 자연스레 모든 것이 해결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한편으론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능이나 목적, 의식은 인간의 것입니다. 인간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인공지능도 같은 길을 걸어가야만 할까요? 인간은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지금까지 왔고, 일반적으로 ‘실수’에 입각한 경험적 접근이 주된 방식이었습니다. 인류의 틀 안에서 추구해온 방식을 무형의 인공지능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같은 길을 가야만 할까요?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이 실현’된’ 것보다 실현’될’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가정과 가설을 통해 접근합니다. 그중 다수가 ‘인공지능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류는 인공지능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보다 우월해진 인공지능은 인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입니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목적을 배우거나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인류의 통제하에 사고하던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자아를 가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본인 의식에 프로그래밍된 인류의 염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만들어진 신’의 개념과는 별개로. 정말로 인류가 ‘신’을 만들어 낸다면. 신은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정말 우리의 신이 되어줄 수도, 우리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도 수많은 가정을 나열할 뿐 어느 한 손도 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인공지능의 미래와 영향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인공지능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올 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 수준의, 혹은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도래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매우 달라질 것입니다. 개개인은 인지하지 못할 수 있더라도. 그 어떤 기술의 발전보다도 인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같이 고민해보아도 좋을 이야기] 

   제가 참여했던 독서 모임에서 나왔던 발제 중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내용은,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이는 개체일까 네트워크 기반의 군집일까? 개체, 혹은 군집으로 존재하는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은 하나로 존재하려 할까, 복수로 존재하려 할까?’였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책일기 속의 ‘나만의 일기’ 영역으로 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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