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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Jul 14. 2019

묘하게 끌리는 이야기.

NETFLIX <기묘한 이야기 1~3> 소회.

* 이 글에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성장 스토리를 표방하는 드라마와 현실의 공통점은 어떤 식으로든 흘러간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현실 속에서도 늘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것처럼. 성장 스토리 역시 어떠한 사건과 마주하던, 아포칼립스를 목전에 두던 조금씩 나아간다. 성장해가면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도 그렇다. 성장 드라마와 sf, 인류 멸망적 요소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는 비현실적인 소재임에도 무언가 친숙하고 현실적이었다. 자꾸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시즌3가 나오면서 시즌1부터 3까지 정주행 한 쪽에 속한다. 지극히 주관적 취향에 의해 아이들이 주인공 쪽인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여태 아껴두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끌리지 않아서. 보이후드도 그래서 손이 가질 않고, 판의 미로도 얼마 전에서야 보았다. 어린아이들이 극 안에서 저지르는 잘못에 분노하고 답답해하면, 꼭 죄를 짓는 기분이라 그런 듯도 하고. 그럼에도 막상 열어본 기묘한 이야기는 매력 투성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앉은자리에서 정주행을 끝내버릴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생각보다 빨리 시즌3까지 시청을 완료했다. 몇 가지 포인트에서 끌려 빠져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시즌3에서는 동일한 그 포인트에서 힘이 빠져버리기도 했지만. 


성장한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1983년의 시즌1부터 1985년 시즌3까지로 이루어져 있다. 시즌1의 게임밖에 모르던 네 아이들, 그리고 초능력을 가진 ‘엘’은 점차 사랑에 눈뜨기 시작하는 사춘기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뒤집힌 세상’의 진실과 마주했던 일부 마을 주민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하였거나 아파하고 고뇌한다. 시즌2를 통해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을 지나오며 더더욱. 누구보다 주체적이었던 낸시는 사회 차별을 겪고, 호퍼는 육아, 스티브는 미래, 조나스는 죽은 연인을 그리워한다. 아이들 역시 저마다 다른 성장이나 서로의 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각각의 다른 이유들로 힘들어 하지만 결국 나아간다.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그 모습이 궁금해서라도 끊어낼 수 없었다.   


새로운 악역이 등장한다. 

   성장해버린 등장인물들과의 보정을 위해 악역들도 점차 변모한다. 뒤집힌 세상의 괴물에서 인간을 숙주로 삼는 ‘마인드 플레이어’, 시즌3에서는 뜬금없는 러시아 스파이들과 좀 더 진화한 ‘마인드 플레이어 ver2까지. 사실 시즌3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부분이 악역이었다. 스릴러나 히어로물과 같은 전형적 ‘주인공 vs악당’ 혹은 ‘선과 악’의 대립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매력은 악당에게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멋있다. 극의 중심에 서있고, 모든 당위성과 성장 스토리, 갈등, 고뇌 등을 보여주며 시청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이에 비해 악당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짧다. 그 안에서 카리스마와 매력을 보여주고 시청자를 압도해야만 한다. 짧은 순간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주인공과 대립 시, 그 당위성까지 보여주어야만 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나 ‘양들의 침묵’에서의 렉터 박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007 스카이폴’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나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 ‘타짜’의 아귀처럼. 카리스마 쪽이 아니라면 ‘쥬라기 공원’의 티라노 사우르스나 ‘스타쉽 트루퍼스’의 외계 생명체, 에일리언이나 터미네이터처럼 압도적이게. 이에 비해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의 악역들은 전보다 덩치도 커지고, 기괴해졌으나 어설펐다. 러시아 스파이는 외모만 터미네이터를 닮았지, 그 강함이 와 닿지 않았다. 아무리 화약 성분이 많이 들어간 폭죽 설정이래도. 폭죽에 쩔쩔매는 괴물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https://youtu.be/goSIVRZjDkg



현실적이다. (그래서 산만해졌다) 

   우리의 현실은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큼은 영원하기를 바란다. 우정도, 사랑도. 한 번 맺어진 우정은 영원하기를 바라며, 깨지지 않고 견고했으면 한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는 ‘성장’이란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우정도 사랑도 현실적이며, 그래서 더 매력 있었다. 시즌1에서 견고해 보였던 사총사는 시즌2의 새 멤버 (심지어 매력 넘치는 소녀다)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시즌3에서는 소홀해지기도, 사랑에 눈이 멀어 시들먹 해지기도 하며 결국 이사까지 가버리지만. 여전히 친하고 견고하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변수들을 보여준다. 우선순위가 바뀌어가는 모습들이 현실적이라 보는 맛이 있었다. 다만, 시즌3에서는 너무 많아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로 인해 이야기 흡입력이 떨어지고 엉성해졌다. 떡밥 회수도 하지 못하고. 시즌2 빌리와 마이크 엄마와의 오묘했던 분위기도 시즌3 빌리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매력적이고 당위성 있게 다룰 수 있었을 수 있었을 텐데. 얼버무려져 아쉬웠다. 시즌3의 방향성 때문에 시즌2에서 일레븐 언니를 찾는 내용 자체가 이상하고 의미 없게 되어 버렸다. 더스틴의 여자 친구 떡밥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한창 달려야 할 마지막 화에서 억지로 넣은 웃음 포인트라니. 루카스 동생도 꼭 필요했을진 잘 모르겠다. 


   정주행으로 한 번에 몰아본 입장에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은 시즌2까지의 흡입력과 스토리에 비해 엉성하고 산만하단 느낌을 받았다. 시즌4의 떡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딱히 궁금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사실 시즌제 드라마들의 모든 딜레마다. 특히나 에피소드마다 옴니버스 식이 아니라 전체의 스토리를 가진 경우에는 더더욱. 그 대단했던 하우스 오브 카드나 왕좌의 게임도 그렇게 되어버렸고, 브레이킹 배드처럼 모든 시즌에서 극찬받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이니. 그럼에도 기묘한 이야기 시즌3에도 매 화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걸 보니 기묘한 이야기에 걸었던 기대와 시즌1, 2에서의 흡입력이 대단했었나 보다. 그렇기에 만약 시즌4가 나와준다면 다시 한번 기대해보려 한다. 좀 더 성장해있을 주인공들과 정리되었으면 하는 스토리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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