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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May 29. 2019

[오늘의 책일기] 나의 작은 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이상형.

   저의 이상형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돌이켜보건대, 외모보다는 외모 외적인 부분에 더 끌렸기 때문입니다. 성격이라던가 유머 코드, 혹은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에 끌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눈에 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첫 만남에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눈썰미가 좋진 않아서요. 심지어는 같은 범주에 속하는 매력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그냥 ‘그 사람이라서 좋았다’라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종종 본인의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유난 떨거나 디테일을 챙기는 것 같아 보통 배우나 인물로 한정 지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배우가 좋다기보다는 특정 작품에서 그가 맡았던 배역을 좋아하죠. 예를 들자면, 영화 ‘최악의 하루’에서의 한예리 배우님과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의 공효진 배우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나의 작은 새’에 등장하는 ‘작은 새’ 역시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고, 빼놓을 수 없는 이상형이죠. 


나의 작은 새.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웹 페이지)


   ‘나의 작은 새’는 매우 짧은 단편 소설입니다. 평범한 ‘나’,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나’의 창가에 갑자기 ‘작은 새’가 날아들어 옵니다. 어떻게 보면 제멋대로이고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 보이는 친구입니다. 함께 지내며 점차 ‘작은 새’에게 ‘나’라는 존재가 스며들어가는 듯도 하지만. 어느새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하며 당황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될 때도 있죠. 어린 왕자에서 말하는 ‘서로를 길들이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물론 소설 속 ‘작은 새’는 그저 ‘작은 새’로 읽히기 때문에 사랑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매우 모호하고 은유적인 소설입니다.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일기 바라되 본인이 집어삼켜질 만큼은 또 바라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과 짝을 이루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을 이야기하는 여타 소설과는 다르게 이입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단순히 사랑만을 떠올리지 않을, 은유적인 부분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책 자체의 플로우도 무언가 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작은 새’는 정말로 ‘새’로써 소설에 등장합니다. 인간과 새 간의 열린 관계입니다. ‘나’에게는 작은 새와는 정반대 성향의 ‘인간 여자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새의 동거이므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은 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도구적 장치가 되어줍니다. '작은 새'가 새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계기로 생겨버린 '동거녀'였다면. 저라면 책 내용에 쉽게 이입하지 못한 채 그냥 덮어버렸을 것입니다. 매우 닫힌 내용의 소설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요.


   누군가 저에게 ‘작은 새가 왜 이상형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라고 답하겠습니다. 제멋대로에 뾰로통하고 재잘대곤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을 감정을 불러일으켜줄 것만 같습니다. 흑백, 혹은 무채색이던 일상이 전에 없던 채도로 다가와줄 것만 같습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명대사 ‘You complete me’처럼 말이죠. 성격상 실제로 ‘작은 새’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말라죽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은 불나방의 그것과 닮아있나 봅니다. 




소설 중간중간에는 본문과 관련된 삽화가 들어 있습니다. 절판된 버전에는 원작의 삽화가 포함되어 있으며, 요새 출간되어 나오는 버전에는 국내 작가의 삽화로 변경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절판된 버전 쪽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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