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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Jan 12. 2016

흑백필름 이야기_#6.

다시는 보지 못할 나의 영웅들에게. 

  그를 마왕이라 부르며 동경하던 소년은 락스타다운 그의 커다란 날개와 곧은 허리가 특별했다.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이 들었다. 당신의 두 날개가 부서지던 날,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웃지 않던 그 날. 당신의 기사는 더 이상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일 년 뒤에는 당신 앞에서 더욱 서럽게 울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다. 내년에 계획된 신보가 나오고 활동이 활발해지면  그때는 정말 콘서트에 가 당신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순간부턴 더 이상 당신의 CD도 모으지 않게 되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다시는 당신의 라이브를 들을 수 없게 될 줄은 몰랐다. 깨닫고 나서야 뒤늦게 미뤄왔던 CD 들을 손에 쥐었다. 일 년 뒤에는 LP판도. 언제 든 당신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떠나더라도 오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떠난 길은 되돌아올 수 없으며, 그 시작도 알 수 없다.

  그제는 데이빗 보위의 신보가 나왔다. 생각지 못한 정초 선물. 해외 뮤지션 중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기에 더욱 반가웠다. 많은 노래를 알진 못해도 한번 들은 목소리는 전부 아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노래 역시 그의 몫이었다. 당신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내일이 당신의 마지막임을 모른 채, 오늘은 마냥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남긴 당신의 이름도 당신답게.
‘Black Star’ 

검게 물든. 

  한 시도 잊지는 않았다. 내한 없이 옆동네만 다니셔서 서운했을 뿐이다. 본인께서 오시지 않으면 내가 찾아갈까 싶다가도 언젠가 한 번은 오시지 않을까 싶어 미뤘다. 한 편에 밀어둔 의지가 후회로 바뀌었다. 마지막 앨범을 서둘러 주문하고, 남대문에 나서 당신의 LP판을 사 오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당신들은 떠났고. 지난 목소리에 뒤늦게 깨닫는 일은 남은 사람의 몫이다. 당신들이 가르쳐준 주저함에 대한 벌을 받는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당신들의 말투를 따라 하고 기억한다. 

이미 당신들이 떠나간 순간. 

많이 보고 싶고, 보고 싶을 겁니다.

The hero & 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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