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Co-Active Coaching 두 번째 코스를 마치며

by 가가

작년 말부터 회사를 떠나 갭이어를 시작하며 정식으로 코칭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리더급으로 일하며, 최근에는 회사의 조직문화를 담당하면서 내내 가지고 있던 갈증이 있었는데 왠지 코칭을 깊이있게 공부하다보면 꼭 전문 코치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리더 개인으로서의 성숙도나 조직의 성장을 돕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여러가지 정보를 찾아본 끝에 나는 ‘코액티브 코칭 (Co-Active Coaching)’ 이라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 Co-Active Coaching 이란?

전 세계 140개국, 13만 명 이상이 수강한 세계적 코칭 프로그램으로, 탁월한 코치가 되기 위한 코치 훈련 과정이자 자기성장 및 리더십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Being(존재)’과 ‘Doing(행동)’을 통합해 사람의 잠재력과 삶의 방향을 이끄는 심화 코칭 모델이다. CTI(Co-Active Training Institute)에서 개발한 커리큘럼으로 총 5단계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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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한스코칭 이라는 기관에서 코액티브 코칭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침 싱가포르에서도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지금 싱가포르에 있으니 영어공부도 할겸 여기서 들어볼까? 호기로운 마음을 품었지만 단계별 높은 비용, 시간, 영어 실력, 코치로서의 방향성... 모든 면에서 고민이 많았기에 또 몇달간 검색을 엄청나게 하다가 드디어 마음을 정했고 1단계 Fundamentals 수업은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 당시 페북에 남겨둔 후기


입문과정인 1단계 Fundamental가 끝났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 코액티브 코칭의 중급과정은 삶의 충만(Fulfillment) – 삶의 균형(Balance) – 삶의 과정(Process) – 시너지(Synergy) 등 4단계로 이어지는데, 그래도 상반기 중 한코스는 더 들어야지 생각했지만 일정상 한국에서도, 싱가포르에서 오프라인 수업일정이 맞지 않았다. 이 핑계로 하반기로 미루다간 또 느슨해지겠구나 싶은 마음에 어느 야심한 밤, 충동적으로 북미 타임존에 맞춰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덜컥 결제해버리고 말았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 싱가포르 시간으로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반. 하루에 4시간 30분씩 5일간 진행되는 트레이닝. 이미 시차부터가 무모했지.


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원래 할까 말까 할 땐, 그냥 하랬어!
잊지마. 올해 너의 모토는 Just Do It!


이번에도 나의 패기를 믿고 신청은 했지만 평소 밤 10시에 자던 내가, 밤 10시부터 수업을 듣는 것에서부터 기묘한 스트레스가 시작됐고 (네가 선택했잖아) 영어도 부족한데 수업 참가자 대부분은 당연히 미국인, 3명은 인도계 네이티브, 그리고 귀여운 영어 실력의 나 (너도 알고 있었잖아) 첫날 줌에 접속하자마자 사방에 난무하는 빠르고 고급진 영어수준에 한번 당황하고, 자기소개 중에 들어보니 대부분 수년에서 십수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 코치나 경영진들이어서 또 한번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자기소개 순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갭이어 중이에요.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고, 특히 리더들의 성장을 돕고 싶어서 코칭을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영어권 네이티브가 아니고, 싱가포르는 지금 밤 10시 랍니다. 앞으로 5일간 저는 레드불과 찐한 커피, 그리고 여러분의 에너지를 받으며 코치로서 진짜 'Fulfillment’가 뭔지 배우고 싶어요”


그렇게 시작된 첫날 (이후엔 기억이 안남)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니 온몸이 뜨끈뜨끈. 손바닥이 축축해져 있었다. 수업 내용은 너무 좋았고 교수진의 숙련도와 인사이트도, 동료들이 주는 에너지도 훌륭했는데 문제는 나의 영어실력. 데모가 끝나면 곧장 소그룹으로 나눠져 실습 – 피드백 – 실습 – 피드백이 이어지는데, 난무하는 고급 영어 속에서 긴장한 나머지, 상대방이 하는 질문은 전혀 이해가 안되고, 내가 코치 역할일 때도 머릿속이 하얘져 어. 미안. 미안.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끝나버린 몇차례의 귀중한 연습 세션들.


나도 나지만 함께 참여하는 메이트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멘탈이 완전히 털려버린 첫날. 해뜰때까지 잠을 설치다가 나는 코액티브 코칭 CS팀에 메일을 썼다. 구구절절 길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이거다 = 미안해. 나 못 하겠어. 부분환불 안 되겠니?


그런데 기다리던 회신은 하루종일 오지 않았고 두번째날 밤 10시. 난 거의 울면서 수업에 접속했다. 모두들 Good morning! Good afternoon! 환하게 인사를 나누는데 한 교수진이 물었다. “Chloe는 특별히 Good evening! 오늘 컨디션은 어때?”


나? 내 기분이 어떠냐고? 음... 나는 어제 완전히 멘탈 나갔고. 여러분이 말할 때 머릿속이 정전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고. 솔직히 내 안에서 계속 이런 말이 들려왔어. ‘네가 신청했잖아. 도대체 뭘 안다고 신청한 거야? 제정신이야?' 나는 긴장감 때문에 내내 배가 아팠고 지금도 사실 배가 아파. 여전히 나의 선택이 후회되지만… 어쩌겠어. 오늘 우리의 쇼타임은 이미 시작됐는걸? 이렇게 된거, 오늘도 난 그냥 Just Do It 이야. 오늘도 내 어설픈 영어를 잘 부탁해!


그러자, 멤버들이 하나둘 마이크를 켜고 말하기 시작했다.


방금 Chloe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았어.
오늘 접속하며 좀 피곤하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Just do it을 말하는 순간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어.
Chloe, 넌 정말 잘하고 있어. 이건 영어의 문제가 아니야.
너의 영어? 우리 모두 다 잘 알아듣고 있어. 다들 그렇지 않아? 자신감을 가져!
미국 사람들은 원래 너무 빨리 말하잖아. 그게 코칭엔 오히려 독이야. 앞으로 더 차분하게 말할게.


마지막으로 Co-leader 교수님의 코멘트.

Chloe, 넌 오늘 수업에 앞서 완벽한 예시를 보여줬어. 사보추어(Saboteur), 우리 안에 늘 속삭이는 내면의 비판자. 세상의 모든 위대한 코치들도 언제나 내면의 비판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 너는 그걸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오늘 우린 내 안의 Saboteur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배울거야.


아니 진짜. 나 멘탈 털렸다고 몇마디 했을 뿐인데 다들 이럴거임? 언어의 연금술사들의 쏟아지는 칭찬과 세심한 알아차림. 무한한 격려와 Championing 속에 난 이미 시작부터 도파민에 절여졌고, 그렇게 거의 칭찬 만취 상태로 둘째날 수업이 시작되었다.


물론, 동료들의 배려 속에서도 나는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살살 배가 아파왔고, 밤 10시부터 새벽 2시 30분까지 진땀을 흘리며 수업을 들었으며, 5분 / 7분씩 주어지는 미니 브레이크엔 뛰어가서 찬물 샤워를 하거나 레드불 반 샷, 눈감고 호흡을 정리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내일의 과제를 정리하고, 유의미했던 질문을 메모하고. 아침엔 늦잠, 점심엔 쪽잠. 시차는 완전히 망가졌지만 하루하루 새롭게 배우는 느낌. 마지막 날엔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미국인 몇명. 인도인 몇명이 아닌 진짜 동료들로 느껴질만큼.


Screenshot 2025-06-15 at 01.29.23.JPG 고마워요! 영감을 준 나의 Fulfillment 동료들!



그렇게 수업 마지막날이 되었고, 최종 데모에서 친절한 할아버지 코치 Tim의 가이드를 따라 정리한. 나 스스로를 표현한 메타포와 이를 수식하는 하나의 문장은 이것이었다.


I am the gardener that helps people plant the seeds of possibility so they can move toward the change they seek.

나는 사람들이 마음이라는 밭에, 스스로 가진 가능성의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원사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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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수업은 끝이 났다. 다행히 고생하며 배운 보람이 있는지, 지난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은 이번주 리더십 코칭에서 바로 활용하고 있다. 역시 배운것 따로 실전 따로가 아니라, 배운 내용은 바로바로 써먹고, 나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과정에서 진짜 내 것으로 체화되어 간다고 느낀다. 이번 Fulfillment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 삶의 목적을 찾는 방법 / 내면의 리더 / 내 안의 협력자 / 내 안의 비판자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 활용하며 또 한번 차분히 복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전에, 오늘은 또 한번 무모한 도전을 끝낸 나 자신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무모했지만 나를 믿고 저질렀고, 이번에도 끝까지 해낸 나를 기억하고 싶어서. 하지만 다음엔 심야 세션은 안 듣는걸로 약속하자 클로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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