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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규 Nov 29. 2020

케이팝의 작은 역사

우리가 몰랐던 케이팝에 관한 이야기

'소방차와 김완선의 예가 보여주듯 한국에서의 ‘아이돌’ 개념은 ‘시각적인 성질(스타성)’ 및 다가서기 쉬운 매력이 강조되는 일본형 아이돌과 뛰어난 가창력 및 퍼포먼스 능력을 가진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미국형 아이돌, 이 양자가 융합되어 만들어졌다. 사운드 면에서도 멜로디와 따라 하기 쉬운 춤을 중시하는 일본 댄스음악의 특징에 비트와 그루브,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강조되는 미국 댄스음악이 뒤섞였다. 케이팝 아이돌의 성격은 그렇게 형성되고 있었다.' 김성민 


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는 사실 외국의 사회 구조나 시스템이 아니라 내가 나고 자라온 한국의 풍경이었다. 후줄근하게만 보였던 한국의 풍경이 새로이 보였고, 우울함에 미뤄뒀던 근현대의 소설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존댓말과 가부장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유교적 사상들이 낯설지만 친숙하게 보였고, 그 가운데 서구 근대성을 따라가려는 몸부림이 애처롭지만 멋있게 보였다. 한국의 혼종은 그 혼종의 문화들을 직접 경험해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케이팝과 한류에 관해 몇 편의 글을 썼다. 물론 나는 대중문화에 지식이 얕아서 (케이팝을 듣지 않는 사람이 어찌 케이팝에 관해 쓸 수 있을까) 대부분 문화와 사회에 관한 얕은 고찰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들었던 한국 인디 음악과 본의 아니게 들었던 메인스트림의 음악들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 노래 가사와 안무, 뮤직비디오 스타일과 미장센, 가수들의 패션과 몸짓에서 혼종의 문화가 엿보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였지만 얕은 경험이 혹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 사회적 구조를 이야기하는데 내용을 할애했다. 그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김성민은 그의 저서 케이팝의 작은 역사를 통해 서태지와 H.O.T에서 엑소와 BTS에 이르기까지 케이(K)와 팝(POP)의 욕망이 만든 음악 공간을 그려낸다. 훗카이도대 준교수인 그는 미디어 문화 전공자의 내공으로 케이팝의 역사와 함의 방향성을 풀어낸다. 그에 따르면 케이팝의 역사는 곧 ‘아류’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케이팝은 미국팝 그리고 제이팝을 따라 하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팝의 역사를 논하는 일은 곧 케이팝이 어떻게 해외 팝의 아류에서 독자성을 획득한 새로운 팝이 됐는지 돌아보는 작업이 된다. 케이팝이 독자적인 지위를 획득해내고, 글로벌화를 통해 해외시장과 글로벌 팬덤을 획득한 케이팝의 현재는 그럼 어떤 모습일까?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케이팝의 작은 역사를 걸어보자. 


'케이팝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를 ‘한국 팝 음악의 글로벌화’뿐 아니라 동시에 팝 그 자체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케이팝은 한국에서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을 추구해온 ‘K’의 욕망의 발현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과 표현, 감수성을 발견하고 확장해온 ‘팝’의 욕망의 발현이기도 하다.'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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