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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규 Feb 14. 2021

나쁜 뉴스의 나라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하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나라들에 관해, 뉴스 미디어의 경이로운 기술에도 불구하고, 또한 각 부서, 특파원, 사진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나라들의 일상에 대해서는 그게 무엇이건 간에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다. 우리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누군가 평범한 하루를 보낸 적이 있기나 한지 알지 못한다. 그런 것은 서구 언론이 취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언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항상 생각했었다. 사전에 따르면 언론(言論)은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글 혹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말은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복합적이다. 언론이란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거나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는 활동'임과 동시에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은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언론은 취사선택을 통해 보도할 대상을 정하고 게이트키핑과 논조를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 언론이 전달하는 사실이 결코 백 퍼센트 객관적인 사실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유튜브의 역할 (The Role of YouTube in the Political Polarization of South Korea)'를 석사 논문으로 쓰고 있는 내게 유튜브는 새로운 대안 언론이다. 보수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대한민국의 주류 언론이 객관적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을 때, 진보 세력은 나는 꼼수다를 위시로한 팟캐스트와 대중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트위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뉴스타파와 시사IN, 오마이뉴스 같은 대안 언론이 나섰고,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언론들이 독립적인 논조로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은 이미 주류 언론에게 장악되어 있었다. 나쁜 뉴스의 나라였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들의 언론이 처한 현실이다. 언론은 광고와 구독자를 통해 생존하는데, 기실 광고를 통해 얻는 수익이 구독자보다 많은 게 대부분이다. 언론이 광고에 의존하는 순간, 언론의 논조는 광고주의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광고는 기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의 광고, 로비스트의 광고, 이익단체의 광고, 언론의 논조는 결국 언론에 돈을 대주는 이들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사타파와 오마이뉴스의 출현은 특기할 만했다. 광고주에 기대지 않는 언론의 출현, 이는 보다 독립적인 논조를 의미했다.



조중동, 조선 중앙 동아로 일컬어지는 주류 언론과 채널 A, TV 조선 등 종편의 논조는 언제나 기업 친화적이었고 보수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생산해냈다. 그것에 대한 변혁, 좋은 뉴스의 출현은 아직 성공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있었다. 유튜브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나는 종편과 거대 주류 언론의 논조보다도 극단적인 그들의 논조를 보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유튜브의 언론은 언론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회 수 장사, 흔히 말하는 '보수 코인' 벌기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시한 소문들은 루머였고, 그들이 다루는 콘텐츠는 낚시성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사실 보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지형이 보수에 치우친 건 사실이다. 이는 위에 언급했던 트위터와 팟캐스트의 출현과도 맥락이 닿아 있을 것이다. 진보 정권과 진보 언론이 흥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보수의 가치를, 혹은 태극기 부대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건 극단적인 보수 프레임밖에 없었을 테니까. 


우리는 어떤 뉴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언론은 편향적인가, 유튜브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트위터와 팟캐스트의 영향력은 저물었는가. 강준만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인간의 확증 편향과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유튜브의 유인 구조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신념이나 생각을 늘 재확인하려 하는 경향이 있고, 내 콘텐츠가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은 설득과 입증보다는 나와 동일한 의견을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화끈한’ 목소리를 내는 일일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수 채널’과 ‘진보 채널’은 상대에 대한 토론보다는 ‘자기편’에 대한 동원과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유튜브가 지닌 ‘강화 피드백 positive feedback’이다. ‘보수’ 동영상을 1개 보면 같은 성향의 클립이 2개 추천되며, 머지않아 나의 채널은 온통 ‘보수’ 동영상으로 도배가 될 터이다. 더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계산된 수익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구독자 수와 시청자 수, 시청 시간, 광고 클릭 등을 기준으로 연간 수십억 원을 유튜브로부터 벌어들이는 운영자가 있으며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익은 구글의 몫이 될 것이다." 강준만 


나는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좋은 뉴스를 여전히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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