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Running
처음 달리기를 주기적으로 했던 게 삼 년 전이었나, 막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예요. 독일에 갈 생각을 하니, 그 녹음을 배경으로 꼭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종의 천변을 따라, 조금씩 보폭을 넓혀 갔어요. 삼 킬로미터에서 오 킬로미터, 오 킬로미터에서 십 킬로미터. 정돈된 도시의 풍경은 건조한 정물화 같았지만, 그래도 독일을 뛸 생각에 설레더라고요.
독일에선 일주일에 한 번은 뛰었던 거 같아요. 기숙사 뒤에 검은 숲 (Schwarzwald) 자락이 있어서 그 언덕을 자주 올랐죠. 언덕에 오르면 프라이부르크의 풍경이 한눈에 담겼어요. 한 번은 혼자서, 다른 한 번은 기숙사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또 다른 한 번은 함께 공부하는 산티와 사만타를 데리고 뛰었죠. 여전히 눈에 밟히는 그 풍경들은 저를 여태 뛰게 해준 원동력이었어요.
독일을 떠나선 세계의 어느 도시를 가든 꼭 한 번은 뛰었던 거 같아요. 물론 오래 머물렀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인도의 델리는 빈도수가 더 높았지만, 치안과 대기 오염의 위협에 달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죠. 가장 좋았던 곳은 우수아이아. 영상 오 도의 날씨에 반소매를 입고 뛰는데, 누가 길 한복판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거 있죠.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로가 눈웃음을 치며 서 있었어요. 세상의 끝에서 달리기하다 우연히 친구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더라고요.
한국에 와서는 거의 혼자 뛰고는 했는데, 어쩌다 보니 크루에 두 번 가입하게 되었어요. 코로나의 습격에 그럼에도 거의 혼자 뛰었지만, 그래도 몇 번 보폭을 맞춰준 분들이 있어 좋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다 뛰어(@aarunning). 슬프게도 단 한 번도 우리가 모두 모여 뛴 적은 없지만, 이들을 만나서 뜀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같이 뛰는 게 즐겁구나, 라는 걸 알려준 사람들. 우리는 도대체 언제 다 함께 뛸 수 있을까요.
다 뛰어가 모두 모여 다 함께 뛸 수 있는 날까지,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