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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Nov 19. 2021

플라스틱시대, 피할 수 없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이야기 (1)

플라스틱시대, 피할 수 없는 플라스틱

Q.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으며,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튼튼하고 가볍고 색깔도 마음대로 낼 수 있어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호모플라스티쿠스' 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인류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와 같이 당대 발명되어 널리 쓰이던 도구의 이름을 붙여 인류의 역사적 진보를 구분해왔습니다. 지금 계신 공간을 둘러봐 주시겠어요? 플라스틱이 포함된 무언가를 몇 개나 찾으셨나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사무실의 경우에만 생각해 봐도 책상, 책상서랍, 볼펜부터 각종 필기도구, 이어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데스크탑, 프린터, 의자, 에어컨, 콘센트 등등. 플라스틱이 아닌 걸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느 사무 공간 /출처 : 조선일보. 2021.06.29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중 몇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될까요? 칫솔, 치약, 스킨이나 로션의 용기부터 시작해서 지하철이나 버스의 손잡이, 저녁거리를 사러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마주한 식품 코너의 수많은 포장용기까지. 21세기 현재 플라스틱은 공간을 이루는 인테리어 소재, 우리가 입는 옷의 섬유, 얼굴에 걸친 안경, 액세서리, 집에 들인 가전제품, 식기구, 문구용품, 청소도구, 새로운 식재료나 물건을 살 때 함께 사게 되는 각종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현재 인류는 플라스틱시대라고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한 시민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 야채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2021.08.23 연합뉴스


처음 발명되고 제품에 사용되기 시작했던 1900년대 초, 플라스틱 소재는 내구성이 탄탄하고 가벼운 데다 썩지도 않고 잘 녹지도 않아 전기제품의 재료로 각광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110여년간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며 수많은 변종이 탄생했고, 가공이 쉽고 저렴하게 원료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그 쓰임과 생산량이 무한대로 확장되었습니다. 1930년대 포장용 비닐봉투, 음료수 페트병, 전선 피복재료로 상품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옷을 만들기 위한 합성 섬유, 방수가 가능한 텐트나 낙하산의 재료, 웬만해선 끊어지지 않는 어망이나 산업용 로프,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거쳐 21세기 초반 현재, OLED 디스플레이, 인공장기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활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한 사람이 살면서 사용하게 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생후 200일이 된 아이가 있는 공간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의자, 장난감, 젖병, 기저귀, 욕조 등 하루 동안 접촉하게 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아이가 하루에 기저귀 12개, 물티슈 30장을 쓰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2년간 기저귀 8,760개, 물티슈 2만1,900장을 소비하게 됩니다. 기저귀 1개에 35g의 플라스틱, 물티슈 1장에 1.3g의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고 계산하면 2년간 아이가 쓰게 되는 일회성 플라스틱의 무게는 335kg가 됩니다.

아기용품, 장난감, 화학섬유, 공기청정기와 유모차 등 각종 기기들에도 플라스틱이 쓰인다. 중앙일보. 2021.06.25

위와 같은 식으로 생애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계산해보면, 3~19살까지의 경우 하루에 페트병 음료수 하나만 사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총 186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됩니다. 30대 한 직장인이 배달음식, 페트병, 비닐봉지, 마스크 껍데기 등 일주일간 사용한 플라스틱을 바닥에 늘어놓고 보니 7평 원룸 바닥의 3분의 1을 채웠다고 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20~45세의 25년간 사용량을 계산하면 2,028제곱미터, 즉 33평짜리 아파트 18채의 면적이 됩니다. 46~69세의 경우 하루 테이크아웃 컵 하나만큼의 플라스틱만 쓴다고 가정했을 때, 총 91kg을 쓰게 됩니다. 일회성으로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만 최소한으로 사용한다고 전제하고 계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70세까지 살면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총 616kg에 33평짜리 아파트 18채 면적을 더한 정도가 되는 겁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루 1만 1,015톤입니다. 1명이 1년 동안 약 77㎏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양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스 유럽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 6,700만 톤에 이릅니다.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2030~2035년에는 2015년 대비 2배, 2050년에는 3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그리고 있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그린피스. 2021.09.15





지구를 위협하는 빌런, 플라스틱


나무나 유리, 철 같은 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데다 가볍고 튼튼해서 일상 속 어디에나 자리잡은 플라스틱은 쉴새 없이 생산되고 판매되어 전 지구 곳곳에 퍼졌습니다. 인류가 더 편리하고 더 간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한 바가 크지요. 그러나 썩히지도 녹이지도 못하는 존재를 너무 많이 만들어 온 것 같습니다. 최초 발견 당시 환영받던 장점은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썩거나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플라스틱은 태우면 독성물질을 내뿜고 땅에 묻으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기에 인류 최대의 골칫덩이가 되었습니다. 도시를 떠나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들이 태평양 한 가운데 거대한 섬을 이뤘다는 기사나, 죽은 고래나 새들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무더기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접하셨을 겁니다.


늘어난 플라스틱 사용량 만큼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앙일보. 2021.06.25


플라스틱이 대량생산되던 1950년대부터 2015년까지 만들어진 총량이 83억톤이라고 합니다.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40년까지 20년간 총 13억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땅과 바다에 버려지게 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 모든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못하고 지구 어딘가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나 고래가 자연으로 돌아간 뒤에도 플라스틱은 죽지 않고 그대로 남아 또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위협하게 됩니다. 물질 혁명을 이끄는 시대의 발명품에서 전 지구생명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빌런이 된 겁니다.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의 '플라스티코스'에서 유래했으며,
썩지도 녹지도 않고 잘게 부서져 전 지구의 육지와 바다에 부유하며
모든 생명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다. 그린피스


커버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참고 자료


[다큐] A Pastic Ocean. 2016. Craig Leeson

[팟캐스트] 듣똑라.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의 끝(f. 김정연 기자). 2021.07.13


[기사] 사이언스올. 20세기 기적의 소재 플라스틱. 2010.06.28

[기사] 연합뉴스. 탄생 110주년 맞은 플라스틱의 역습. 2019.12.05

[기사] 그린피스.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답인 이유 5가지. 2017.03.23

[기사] 중앙일보. 면이불서 잘 때 빼곤···생후 200일 아기도 플라스틱 포위됐다. 2021.06.25

[기사] BBC. 플라스틱 폐기물: 2040년까지 13억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될 것. 2020.07.27

[기사] 그린피스. 플라스틱 생산 확대 주도하는 일용 소비재 기업, 기후위기 앞당긴다.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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