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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Nov 19. 2021

소멸하지 않고 지구를 떠도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이야기 (2)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2016


2016년에 나온 ‘A Plastic Ocean’ 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셨나요? 한국에는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종에 따라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지구를 항해하는 거대하고 경이로운 포유류, ‘고래’를 어릴 적부터 동경하고 사랑한 감독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대왕고래(blue whale)를 촬영하기 위해 나선 여정에서 제작팀은 25m가 넘는 거대한 대왕고래가 유영하는 푸르고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 위로 플라스틱 포장재와 기름, 어업용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부유하는 해수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고래의 시야에서 본 바다의 모습이겠지요.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2016


고래는 우리가 쉼호흡을 할 때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듯이 눈앞에 있는 물(한 번에 7만 5천 리터 정도)을 빨아들여 플랑크톤이나 크릴새우 같은 주 먹이를 삼키는 방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헤아릴 수도 없고 걸러낼 수도 없는 수많은 플라스틱을 어쩔 수 없이 함께 삼키게 되는 겁니다.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2016

직접 삼키게 되는 플라스틱만 있는 건 아닙니다. 플라스틱은 바람이 불어 바위에 부딪치거나 다른 물질과 충돌하고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부서지며 크기는 작아지고 개수는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들은 바닷속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플랑크톤이 섭취하게 됩니다. 이 플랑크톤을 크릴새우 같은 작은 갑각류나 작은 어류가 먹고, 크릴새우나 작은 어류는 더 큰 어류와 펭귄, 고래나 상어 같은 먹이사슬 윗단에 위치한 포식자에게 먹힙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서서히 종과 종을 거치며 유해환경물질을 흡수한 채로 상위 포식자의 몸에 축적되죠. 그리고 먹이사슬의 가장 마지막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 : 크기 1μm 이상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




플라스틱과 닿지 않을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없다


그린피스 선박 벨루가 11호가 채취한 물 시료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2016.08.18.


인간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소멸하지 않고 물이 흐르는 대로 지구를 떠돌고 있습니다. 지하수와 수돗물,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금강, 낙동강, 한강의 물과 어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고, 일부 정수장에서도 검출되고 있습니다. 국내산, 외국산 천일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으며 어패류(굴, 홍합, 조개, 가리비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폴리스티렌은 홍합과 굴의 주요 오염물질로 밝혀졌는데 국내 어패류 양식장에서는 폴리스티렌 재질의 스티로폼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배출되면 현재 과학 기술로는 다시 수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의 해법은 최대한 자연으로 배출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통영 연안의 굴 양식장. 경남연합일보. 2018.04.26


인간도 음료용 페트병이나, 갑각류, 천일염 등으로 인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다는 기사를 접하셨을 겁니다. 위와 같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통해 해양 생물을 섭취하는 것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인체 내에서 어떤 해로운 영향을 미칠까요? 아직 인체로 들어간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가깝지만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들은 바다를 부유하며 각종 유해한 환경물질을 흡수하게 되고 이들 물질과 함께 인체로 침투하게 됩니다. 때문에 피부, 호흡기, 소화기관, 면역체계 등 광범위한 질병에 노출되게 되며, 1nm 보다 작게 쪼개진 초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혈액세포와 DNA 손상에도 영향이 있다고 학계에서 잇따른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과 생태계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순환 과정. 셀. 국제보건기구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고,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들은 위장에 플라스틱이 들어차 영양실조나 복막염으로 수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사는 어류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율이 같아질 거라고 합니다. 바다에 크고 작은 플라스틱이 하도 많이 떠다니니 이제 바다는 '플라스틱 수프(plastic soup)'가 됐다는 말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고래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이런 물을 것 같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요?"

지구 상의 모든 종은 생태계와 자연 환경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구에 잠시 탄 승객처럼 행동하죠. 저는 그 고래의 어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미안해, 너희 집에 플라스틱을 버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인류를 대신해 사과할게. 그리고 이 이야기를 모두에게 공유할게. 현실을 알아야 관심을 두게 되고, 관심에서 변화가 오는 법이니까."

-Craig Leeson.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감독




커버 이미지 출처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2016.


참고 자료


[다큐] A Plastic Ocean. 2016.

[다큐] KBS 스페셜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를 가다’


[기사] 옷을 빨고, 음식을 먹을 때도…우린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자 가해자. 경향신문. 2021.01.22

[기사]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우리는 한 달에 신용카드 넉장 분량 플라스틱을 먹는다’ 조선일보. 2021.05.07

[기사] ‘쓰레기 대란’에 플라스틱 그냥 버렸다간 플라스틱으로 식탁까지 위협. 동아사이언스.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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