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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Nov 19. 2021

역할을 다 한 플라스틱, 재활용 잘 되고 있을까?

플라스틱 이야기 (3)


역할을 다 한 플라스틱, 재활용 잘 되고 있을까요?

필리핀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 톤이 쓰레기산을 이루고 있다. 그린피스. 2019.02.07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65년간 전세계에서 생산된 83억톤의 플라스틱 중 단 9%만 재활용 되었다고 해요. 나머지 60억톤 이상이 폐기물로 분리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5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분리배출이 잘 되는 국가 2위라고 합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3%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각 가정에서는 분리배출을 잘 하고 있는데 왜 재활용 되는 비율은 이렇게 적을까요? 왜 분리배출한 플라스틱들이 쓰레기 산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 있는 걸까요?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산업 분야는 어딜까요? 

전 세계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량(누적) 및 수명. 그린피스. 플라스틱 보고서


그린피스가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재 및 용기 부문이 46.5%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자동차부품 13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 플라스틱은 평균 6개월 이하입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생산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거죠. 또한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중 절반 가까이(44.3%) 역시 식음료 관련된 플라스틱과 포장재였다고 합니다. 지난 2020년, 260가구를 대상으로 가정 내 플라스틱 쓰레기 조사를 했더니, 전체 쓰레기 중 71.5% 역시 식품 관련 포장재였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류. 그린피스. 2021.09.02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포장재 플라스틱, 왜 재활용이 어려울까?


많은 페트병, 식음료 포장재 플라스틱이 재활용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제조되어 있거나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상태로 가공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색이 없고, 라벨이 깨끗하게 없어진 건 재활용이 가능해요. 그러나 콜라 라벨이 붙은 페트병도, 대용량 맥주가 담긴 갈색 피처병도 재활용이 불가한 항목으로 분류됩니다. 처음부터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만들면 좋을 텐데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생산 패턴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해요. 과일이나 채소를 소분 포장할 때 쓰는 비닐이나 PVC랩, 과자 봉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잘 해도 재활용 업체로 이동한 재활용품 중 실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비율은 23%에 그치고 있으며, 수거·선별·처리 과정에서 탈락한 플라스틱 폐기물은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립·소각 비용이 급등하면서 빈 땅에 몰래 투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해요. 이렇게 쓰레기통이나 매립지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플라스틱이 강이나 하수관으로 유입된 뒤 바다로 흘러 들어 간다고 합니다.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 재활용품 수거 차량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다. 뉴시스. 2021.08.24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을 하는 것보다 배달을 시켜먹는 경우가 늘었고, 일회성 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버리게 됐죠. 그러나 배달용기의 경우 원천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배달용기는 뜨거운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일반 플라스틱에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소재로, 재활용 제품으로 가공하는 열처리 단계에서 녹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배달용기는 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는 겁니다.




전 세계 바다 뒤덮은 해양쓰레기 절반은 배달·포장 플라스틱. 세계일보. 2021.06.11


플라스틱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백년이 넘도록 소멸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1950년으로부터 70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직 아무도 플라스틱의 수명이 100년인지 그 이상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런 플라스틱을 계속 만들어 내면 재활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없어서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상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밀려오는 플라스틱의 양을 재활용 업체에서 감당하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매년 전 세계 해양으로 1,200여만톤의 플라스틱이 흘러든다고 합니다. 태평양에 쌓인 플라스틱 섬은 프랑스 면적의 2배, 한반도의 7배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아직 플라스틱을 분해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낼 대안 기술이 없습니다. 플라스틱에게 적절한 역할은,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이되 일회성으로 쓰고 버려지는 용도는 아니여야 합니다. 인간은 플라스틱을 발명해냈고 플라스틱 시대를 맞이했지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사회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서지고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할 순 없지만, 쌓인 플라스틱 섬을 치우고 더 이상 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보내지 않을 순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행동이 거대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기사] 전 세계 바다 뒤덮은 해양쓰레기 절반은 배달·포장 플라스틱. 세계일보. 2021.06.11


참고 자료


[다큐] EBS 다큐프라임 ‘플라스틱 인류’


[보고서] 그린피스.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2019.12.31


[기사] 뉴닉 X 그린피스. 지구가 좋아하는 뉴스 1편 - 플라스틱. 2020.01.13

[기사] 그린피스. 쉿, 식품 제조사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21.09.02

[기사] SBS. 플라스틱으로 배를 채우고 '영양결핍'으로 죽습니다. 2018.12.12

[기사] 한국일보. 당신의 재활용 수고, 60%는 그대로 버려진다.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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