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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Dec 07. 2021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무한한 변신, 프레셔스 플라스틱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하죠. 플라스틱이 썩는 데는 500년이 넘게 걸린다는데 버려진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떡해야 하나 골치가 아프지만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피하긴 정말 쉽지 않죠.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할 수 있고 아주 쉬워진다면요?


플라스틱 문제에 너무 진심인데, 아무리 분리 배출을 잘 해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작은 플라스틱 뚜껑과 플라스틱 포장용기가 자꾸 눈에 밟힌다면 잘 오셨어요.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소개해드릴게요!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은 네덜란드의 데이브 하켄스(Dave Hakkens)라는 디자이너가 고안하고 시작한 '플라스틱 업사이클 프로젝트'입니다. 데이브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변신을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가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고 해요.


버려질 물건들을 스스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플라스틱이라는 재료만 특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필요한 도구도 없는 거죠. 예를 들어, 목재의 경우, 톱과 망치 같은 공구로 스스로 어느 정도의 재활용을 시도할 수 있잖아요.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죠. 대규모 공장이나 전문 업체가 아닌 이상은요.
                                                                                       -Dave Hakkens, 프레셔스 플라스틱 기획자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한 끝에 지역 주민들이 모은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내는 커뮤니티를 조성했어요.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갔는데요. 버려진 플라스틱을 쓰레기로만 여기지 않고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문화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커뮤니티를 늘리기로 한 거예요. 작은 규모, 개인 단위에서도 직접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계와 작업 공간을 만들고, 가공을 통해 새로운 물건 혹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에 공유하기로 한 거죠.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작업공간. 주민들도 직접 플라스틱을 가져와서 동참할 수 있다 (출처 : 더치컬쳐코리아)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더 나은 환경을 원하는, 더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프레셔스 플라스틱 아카데미'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그들이 찾은 지식과 방법, 필요한 기술을 게재했어요.


플라스틱의 종류, 재질별 특성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쪼개고 녹이고 가공하는 기계를 제작하기 위한 도면, 작업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팁,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안내서까지 누구든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따라할 수 있는 영상 튜토리얼 형태로 만들어 제공했어요.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는
'누구든 어디에서든 크고 작은 업사이클 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려는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진심 덕분에,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튜토리얼을 통해 프레셔스 플라스틱에서 고안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제작해볼 수 있게 되었고, 어디에서든 자신만의 공방을 열어 버려진 플라스틱을 창작물로 탈바꿈해 볼 수 있게 됐어요.



2013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프로젝트는 8년 간 전 세계 각지로 퍼져 약 1,000개가 넘는 단체 및 그룹이 동참하도록 영향을 끼쳤어요. 2021년 현재 약 8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프레셔스 플라스틱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업사이클 창작물을 만들고 자신만의 매뉴얼을 공유하거나 질문을 주고 받는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고 해요.

프레셔스 플라스틱 커뮤니티로 활동하는 전 세계의 단체 및 그룹이 그려진 지도 (출처 : 프레셔스 플라스틱)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구나 기계, 기술이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의 전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프레셔스 플라스틱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이미지 출처 : 플라스틱 방앗간 (ppseoul.com/mill)


우리나라에는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서울환경연합*에서 LA나 상하이에도 있는데 서울에 없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한국은 분리배출 습관화가 잘 되어 있지만 일회용품 사용률이 높고, 작은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를 위해 '플라스틱 방앗간'이란 이름으로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작업 공간을 운영하고,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요.


*서울환경연합 : 생명·평화·생태·참여의 가치를 향해 풀뿌리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NGO(비영리시민단체)로, 1988년부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국내 54개 지역 및 국제와 연대하며, 정부정책 제안, 캠페인, 환경피해자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곡물을 빻아서 식재료를 만드는 방앗간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서 새 제품을 만들자 하는 개념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해요. 지역 시민들이 모았다가 가져다준 폐플라스틱을 분쇄해서 원료로 활용하는 거죠. 플라스틱 방앗간에 폐플라스틱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은 참새클럽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버려진 플라스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향을 본딴 거죠참새클럽에 동참하면 재활용이 안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이고,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서울 성수동의 그린워커스 ⓒ프레시안(최형락). 2021.10.16. 플라스틱 방앗간'과 '치약짜개'로 변신한 병뚜껑들


플라스틱 방앗간은 서울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그린워커스(Green Workers)'를 통해 전시, 업사이클 관련 교육, 워크숍 등 환경을 주제로 한 컨텐츠 전달도 하고 있어요누구나 지구를 위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환경 오염과 플라스틱 쓰레기에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 배출을 열심히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행동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집에 모인 병뚜껑이나 작은 폐플라스틱을 들고 찾아가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에 참여한 사람들이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들 (출처 :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




새로운 플라스틱의 수요를 줄여 계속되는 오염 악순환을 끊는다면 훨씬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믿거든요. 무엇보다도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의 문화적 도구가 되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요.
                                                                                      -Dave Hakkens, 프레셔스 플라스틱 기획자




커버 이미지

출처 : DutchCultureKorea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작업공간에 전시된 업사이클 제품들)


참고 자료


프레셔스 플라스틱 아카데미 : 유튜브 클립영상 / 사이트 / 글로벌 커뮤니티

프레셔스 플라스탁-서울, 플라스틱 방앗간 : 사이트


[기사] 프레시안.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쌀이 아닌 플라스틱을 빻는다

[기사] 프레시안. 플라스틱 방앗간과 치약짜개로 변신한 병뚜껑들

[블로그] DutchCultureKorea.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책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 Precious Pl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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