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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Feb 04. 2022

기후변화의 주역은 따로 있다 <카우스피라시>

넷플릭스 다큐 <카우스피라시> 리뷰

하루하루 기후위기로 인한 일상 속 변화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모여 기후위기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가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죠. 그러나 인류는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간의 생활방식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잠궈야 할 수도꼭지는 어디에 있을까요?


2014년 공개된 다큐 <카우스피라시>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 축산업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데이터와 통계 자료를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죠.


이전에 소개했던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가 인간의 몸 내부에서 육식과 채식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지 다룬 다큐라면, <카우스피라시>는 인간의 몸 바깥, 더 정확히는 인류가 거주하는 지구라는 단위에서 육식과 이를 지탱하는 거대한 산업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지 다루고 있습니다.


소의 몸에 지구가 그려져 있다. 2014년작. 다큐 <카우스피라시>의 포스터.


미국에서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다큐멘터리 감독 '킵'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환경운동가 '앨 고어'의 영화를 접합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 실천에 옮겼다고 합니다. 앨 고어가 영화나 책에서 말했던 모든 방법들을 강박적으로 실천했죠.


재활용 하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만들기, 샤워는 최대한 빠르게 간단히 하기, 양치할 때는 물 받아서 사용하기, 외출할 땐 전자기기 끄기, 자동차 대신 자전거 타기 등 쓰레기를 줄이고 물과 전기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뀔 때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빨라졌고 킵은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지구를 구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합친 양보다 많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이런 의문을 품은 채로 지구를 위한 모든 실천을 지속하던 그는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자동차, 트럭, 기차, 배, 비행기 등)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합친 양보다 많다'는 UN의 보고서를 접하게 됩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며 아무리 많은 배기가스를 줄여도 기후변화의 원인은 교통수단, 즉 화석연료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가축을 기르기 위한 축산업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일 뿐 아니라 막대한 자원(곡물 사료, 목초지, 물 등)을 소비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도요.


114g의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물 2,500 리터가 든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킵은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을 다 하고 있다고 여겼으나 아니었던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죠. 킵이 리서치한 자료에 따르면 '114g의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물 2,500 리터가 필요'합니다. '소고기 454g을 생산하는 데 물 9,500 리터가 필요'하죠. 일반 가정에서 물을 절약하기 위해 아무리 빠르게 샤워해도, 햄버거 하나 먹는 것만으로 두 달치 샤워할 물의 양을 소비하게 되는 겁니다.


킵은 데이터와 통계 자료를 통해 축산업이 전 지구적 환경 파괴에 미치고 있는 실상을 낱낱이 나열해 보여줍니다. 미국 내 물 사용량 중 가정용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그치는 반면 축산업은 55%를 차지합니다. 미국 내에 축산업에서만 가축을 기르는 데에 128조 리터의 물을 사용하죠. 지구 단위에서 물을 절약하려면 어느 쪽에서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규모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가축을 기르는 데만 128조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또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아산화질소 가스의 경우, 총 배출량의 65%를 축산업에서 뿜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51%가 축산업 때문이라는 자료도 있죠. 축산업을 위해 삼림 지대를 파괴하는 행위는 지구의 자정작용 시스템을 방해하며,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대기중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생태시스템을 전방위에서 공격하고 있는 셈입니다.


<카우스피라시>에 따르면 축산업은 세계 물 소비량의 30%를 사용하고 있으며 땅 표면의 45%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 위치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도 91%가 축산업 때문이며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의 멸종 또한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축산업이 지목되고 있죠.


축산업은 이산화탄소 보다 296배 악영향을 미치는 아산화질소 배출의 65%를 차지한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킵이 찾아다니며 질의하고 응답을 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지금부터 가스, 석유 등 모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곧 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용치를 넘을 거라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2030년, 전기나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모든 사용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가축을 기르고 먹는 것만으로 허용치가 넘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축을 기르고 먹는 행위를 줄이지 않으면 삼림 벌채, 토지 사막화, 물 부족, 지역 사회 불안, 기아 등 끝없는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들이 일어나게 된다고 우려합니다.


1만 년 전 야생 동물은 전체 생물량의 99%였다고 합니다. 인류는 오직 1%에 불과했죠. 1만 년이 지난 오늘날, 지구의 시간으로 치면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인류와 인류가 기르는 가축이 전체 생물량의 98%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야생 동물은 2%밖에 남지 않았죠. 야생 동물은 서식지를 뺏겼고 인류는 거대한 가축 사육장과 양식장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많이 만들기 위해 지금도 삼림과 바다를 파괴하고 있죠.


축산업은 전세계 물 소비량의 30%와 땅 표면의 45%를 사용하며 아마존 열대우림의 91%를 파괴했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1812년 지구상 인류는 10억 명이었습니다. 1912년에는 15억 명이었죠. 2012년에는 몇 명이었을까요. 100년 만에 70억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인류가 기르는 가축은 700억 마리였다고 집계되었습니다.


70억 인류는 하루에 2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952만 톤의 음식을 먹는다고 해요. 15억 마리의 소는 매일 1,7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6,123만 톤의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세계 인구는 79억에 이릅니다. 인류는 더 많은 가축 사육장을 짓기 위해 삼림을 벌목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물과 땅은 유한합니다. 지구가 이 상태를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까요?

인류는 하루 물 200억L, 음식 952만t을 먹는다. 소 15억 마리는 물 1,700억L, 음식 6,123만t을 먹는다.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카우스피라시>의 부제는 'The Sustainability Secret'으로 '지속가능성의 비밀'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을 내놓는 모든 기관과 기구에서 축산업의 환경 훼손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폐암을 막겠다는 보건 기구에서 흡연을 다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킵은 지적합니다.


그리고 70억 인구가 살아갈 지속가능성의 'Secret'으로 채식 기반 식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큐 제작 기간 동안 채식을 결심하게 된 킵 본인의 고민도 드러나 있죠. 재생 에너지 개발처럼 10~20년이 걸리는 일도 아니고 18조에 달하는 거대한 예산이 드는 일도 아닌,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캘리포니아 기준, 각 카테고리마다 1년에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그래프.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다큐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한 사람이 비건으로 식사할 때, 하루에 물 4,614 리터, 곡식 20kg, 파괴되는 산림지 2.8제곱미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4.5kg를 줄일 수 있으며, 매일 동물 한 마리를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도시 기준, 육식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1년에 1.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완전 비건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 1.8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할 때 줄일 수 있는 1.4톤 보다 많으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대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탈 때 줄일 수 있는 1.78톤 보다도 많습니다.





다큐 <카우스피라시> 메인 포스터. 출처 : 넷플릭스


다큐 <카우스피라시>의 제목인 'cowspiracy'는 소(cow)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누군가가 작당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른 척하고 의도적인 침묵으로 그간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가려왔다고 느껴집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 관련 기관과 환경단체, 축산협회를 찾아다니는 동안 킵은 급작스럽게 제작 지원이 끊기기도 하고, 유사한 내용을 조사하던 저널리스트나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에게 신변에 위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듣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킵은 다큐를 완성했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다큐 <카우스피라시>의 한 장면


<카우스피라시>는 2014년 공개된 작품입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더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이 축산업의 폐해와 육식의 '지속가능하지 않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채식 인구도 늘고 있으며 육식을 대체하기 위한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죠.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육식이 소비되는 미디어를 접하며 육식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지구상 가장 큰 산업이자 지구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축산업은 여전히 공고해 보입니다.


2010년대 중반보다 2020년대 초 기후변화의 속도는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죠. 기후변화의 원인을 알고 대응하는 일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코 앞에 닥친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큐를 접하고 전 지구적인 단위에서 축산업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상세히 알 수 있길 바라며 소개를 마칩니다. 아래에는 킵이 육식을 줄이는 것이 물을 아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대답하기를 꺼리는 지자체 관계자에게 했던 비유를 첨부합니다.



"옆집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놔서 그 집 마당을 다 적시고
우리집과 마당을 넘어 세상 모든 집을 침수시키게 생겼는데,

이 정도면 옆집에 찾아가서 물을 잠그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커버 이미지

출처 : [다큐] 카우스피라시. 2014


참고 자료


[다큐] 카우스피라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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