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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Feb 08. 2022

바다를 삼키는 부패의 그물 <씨스피라시>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라시> 리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적 없던 나라 터키에는 폭설이 내려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폐쇄되었으며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 그리스에는 눈폭풍이 몰아쳐 고대 신전과 도시가 눈으로 뒤덮였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이같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주역으로 현대 축산업의 문제를 고발한 <카우스피라시>를 소개해드렸는데요. 더 많은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곳이 또 있습니다. 상업 어업입니다.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해양 생물은 잡아도 잡아도 계속해서 개체수를 회복할까요? 바닷속에 버려진 쓰레기들 중 해양생물들을 가장 위협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현행 어업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가속시키고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다큐는 2021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작품 <씨스피라시>입니다.


다큐 <씨스피라시>의 메인 포스터. 출처 : 넷플릭스


<씨스피라시>의 감독, 알리는 바다를 사랑하고 데이비드 애든버러, 실비아 얼 같은 해양 탐험가들의 영상을 동경하며 자란 소년이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그들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해양을 헤엄치며 영상으로 담고 싶었죠. 그러나 알리가 성장할 무렵 바다는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배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가 해변으로 떠밀려 왔고 태평양 한 가운데 플라스틱 섬이 생겼죠.


알리는 알고 있는 모든 해양 단체에 후원을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일상적으로 해변에 나가 끝없이 산적해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기도 했죠. 그러나 나아지긴 커녕 병이 깊어지는 바다를 보며 이 방법이 최선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알리는 해변으로 밀려 올라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보다 더 근원적인 위협을 찾아내기 위해 리서치를 시작합니다.


검푸른 바다 속으로 거대한 어망이 드리워져 있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알리의 카메라는 해마다 정해진 기간 동안 돌고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일본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어 지느러미가 사고 팔리는 홍콩으로 향합니다. 영상에 담긴 고래와 상어들의 모습은 처참합니다. 일본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참다랑어를 더 많이 잡기 위해 매년 1천 마리에 가까운 돌고래를 살상하고 있습니다.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바다에 버리기도 하죠.


지느러미를 얻기 위한 목적 뿐 아니라 어업의 남획으로 인해 시간당 3만 마리의 상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자료도 제시합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에 가까운 상어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겁니다.


상어 개체수는 매년 급감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종이 멸종 위기 종에 처해 있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게다가 이중 절반은 다른 해양 생물을 잡기 위해 드리운 그물에 우연히 잡혀 죽는 숫자라고 합니다. 어업에서는 이를 '부수 어획(Bycatch)'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매회 어망에 잡히는 해양 생물의 40%는 부수 어획으로, 호흡이 멎은 채 다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는 더 이상 돌고래 남획을 금지하거나 상어 지느러미 판매를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죠. 사람들은 고래나 돌고래를 좋아하지만 식탁에 오르는 해양 생물 때문에 그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알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연간 5천만 마리에 달하는 상어가 부수 어획으로 인해 잡히고 죽는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일례로 아이슬란드의 한 어장에서는 한 달간 어업을 통해 쥐돌고래 269마리와 바다표범 900마리, 바닷새 5천 마리가 '부수 어획'으로 잡힌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의 한 작은 지역의 작은 어장에서 말이죠. 전 세계 단위로 확장하면 부수 어획으로 인해 희생되는 해양 생물의 개체수는 더 거대할 겁니다. 알리의 리서치에 따르면 상업 어선으로 전 세계 바다에 나가 있는 배의 숫자는 450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갖가지 플라스틱 어업 도구를 실은 상업 어선.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부수 어획을 용인하는 현행 어업 방식은 기업 측면의 효율성 때문이지만 바다와 해양 생물 입장에서 보면 전혀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닙니다. 고래나 상어 같은 생태 피라미드 상위에 위치한 포식자들의 개체 수가 감소하게 되면 이들과 연결된 모든 해양 동물들의 개체 수도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바다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어선에서 버렸을 어업 도구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있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해양 플라스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류는 무엇일까요. 알리의 카메라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어망, 어업 도구들입니다. 해양 플라스틱의 46%는 버려진 어업 그물들이라고 합니다. 웬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이 그물들은 플라스틱 빨대나 플라스틱 컵 보다 해양 생물들에게 훨씬 위험한 장애물입니다. 바다 거북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어업 도구는 없지만, 어업 도구로 인해 바다 거북은 전체 7종 중 6개 종이 멸종 위기 상태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죽는 바다거북의 개체수는 연간 1천 마리로 추정된다. 어업으로 인한 죽는 개체수는 미국에서만 연간 25만 마리에 달한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알리가 만난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단 1g의 플라스틱도 바다에 흘러들어가지 않게 막는다 하더라도 바다는 죽어갈 거라고 말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 규제도 받지 않고 버려지는 어업 도구들이기 때문이죠. 추산에 따르면 상업 어업은 지구 전체를 500바퀴 감쌀 수 있는 낚싯줄을 매일 설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업은 대규모 야생 밀렵이며, 전 세계 상업 어선에서 매분 5백만 마리의 어류를 잡아들이고 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현재 어업 추세가 계속되면 2048년 무렵에는 사실상 바다가 텅 빌 거라고도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면서 플라스틱 빨대 이야기만 하는 것은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켜야 하니 이쑤시개 사용을 금하라는 것과 같다고 알리는 지적합니다.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 플라스틱의 0.03%에 불과하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상업 어업은 문제가 많습니다. 모든 크고 작은 해양 생물은 바다 생태시스템의 구성원입니다. 이들이 생을 마치고 해저로 가라앉을 때 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탄소 저장소라고 해요. 해양 생물을 바다에서 끄집어 낼수록 해양 생물의 개체수가 감소할수록 바다의 탄소흡수량을 감소시켜 기후위기를 가속시키게 되는 겁니다.


매년 사라지는 숲의 면적은 10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매년 어업으로 인해 소실되는 바닷속 숲은 1,600만 제곱미터에 이른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알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지구에서 사라지는 숲의 면적은 10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이는 매분 27개의 축구장 면적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바닷속 숲은 어떨까요. 매년 어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바닷속 숲의 면적은 1,600만 제곱미터에 이르며 이는 매분 4,316개의 축구장 면적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합니다.


1830년대 하루에 2톤 가량의 조업이 가능했던 곳에서 오늘날엔 일년을 조업해야 2톤을 잡을 수 있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다큐 <씨스피라시>는 상업 어업이 어류와 나머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전체를 멸종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상업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던 알리의 카메라는 러닝타임 절반을 상업 어업이 유지되기 위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부패했는지 따라가는 데 할애합니다.


어류 개체수 감소세가 확연하다. 대부분의 어종이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어류 양식장에서 연어 특유의 핑크빛을 내기 위해 식용 색소의 붉은빛을 얼마나 낼지 정한다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듣기도 하고,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배에 탄 선원들이 처참한 환경에서 갇힌 채 노역하고 있다는 사실도 취재해 영상에 담죠. 현행 어업에는 환경적인 문제 뿐 아니라 인권 침해 문제까지 엮여 있는 겁니다.


다큐 <씨스피라시>의 한 장면


저는 지구를 우주선에 비유합니다. 지구란 우주선은 은하계를 여행하고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 숨 쉬는 공기를 제공하고 기후와 온도를 조절합니다. 이러한 생명 유지 시스템은 지구 생명체들이 운영하는데 막 죽여도 될 만큼 많지 않아요. 기계가 고장 나기 전에 기술자가 바닥납니다. 우린 승무원들을 죽이고 있어요.
                                                                                                            시셰퍼드 설립자 | 폴 왓슨 선장






바다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떠난 알리의 여정은 해양 생물 섭취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고래나 돌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 뿐 아니라 수많은 어류 종도 통증 수용기가 있으며 우리와 같은 종류의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이루는 동물이며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지니고 있죠. 다른 종과 협력해 먹이를 찾기도 한다고 합니다. 수조 속에 갇힌 어류들이 수조 바로 옆에 놓인 도마에서 조각 나고 있는 다른 어류 개체를 볼 때 걱정과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식물성 대체품으로 만든 '연어 아보카도 롤'과 '피시 앤 칩스'  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해산물 섭취를 멈췄을 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우려한 알리는 전문가를 찾아가 의견을 구합니다. 다수의 박사 및 의사들은 해산물 섭취를 끊었을 때 얻지 못하는 건 어류 체내에 축적된 유독한 중금속과 독성 물질뿐이라는 견해를 전하죠. 어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오메가3의 경우에도 바닷속의 풀인 해조류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큐 <씨스피라시>는 현행 어업의 문제점을 상세히 다룬 끝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해산물 제품에 식물성 대체품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바다와 해양 야생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은 그저 '그들을 먹지 않는 방법'이라고 제안하며 여정을 마칩니다.


다큐 <씨스피라시>의 한 장면






다큐 <씨스피라시>는 2021년 공개된 작품입니다. 이야기 속 화자이며 감독을 맡은 알리와 더불어 2014년 공개된 다큐 <카우스피라시>를 감독했던 킵 앤더슨이 각본에 참여하고 있죠. 고발성 짙은 두 작품은 <카우스피라시>에서 현대 축산업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혔듯이 <씨스피라시>에서는 현행 어업의 문제점과 그들의 부패를 다루고 있습니다. 상업 어업의 문제점으로 해양 생물 개체수 감소, 해양 생태계 파괴 및 기후변화 촉진, 강제노역으로 인한 인권 침해 등을 짚어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식물성 기반 식사를 권하죠.


다큐 속 인터뷰이로 참여한 해양학자 실비아 얼의 말처럼 우리는 거대한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 사라지고 있죠. 기후위기를 다루는 많은 기사와 다큐에서 반복해서 말하듯 그들이 죽어가는 곳에서는 인류의 생존도 보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상업 어업의 실태를 목격하길 바라며 다큐 소개를 마칩니다.


다큐 <씨스피라시>의 한 장면


인류 문명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대부분의 것들은 누구 하나로부터 시작해요. 누구 '하나'요. 그리고 어느 하나가 모든 걸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큰 생각이 큰 차이를 만들어요. 그건 우리가 할 수 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거울을 보고, 잘 생각해서, 행동에 나서세요.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 실비아 얼 해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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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큐 <씨스피라시>


참고 자료

다큐 <씨스피라시> 2021

다큐 <카우스피라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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