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노무브 Nov 19. 2021

지구온난화는 극단적 기후재난이랑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지우에게 2

지우에게

2021.10.10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 


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흔히 조그마한 빙하 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북극곰을 떠올리게 되지만 지구기온이 높아질수록 녹아내리는 건 남극이나 북극에 있는 빙하 뿐만이 아니야. 지구의 북반구 위쪽에는 러시아 영토의 77%에 달하는 시베리아 지역이 있어. 이곳 시베리아 면적의 65%가 여름에도 녹지 않고 일 년 내내 얼어 있는 토양, 영구동토층*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지구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대. 영원히 얼어붙어 있을 것 같던 땅이 녹은데다 여름철 폭염으로 가뭄이 들고 숲이 건조해지니까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불씨가 튀거나 마른 번개가 쳐서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건조해진 나무들이 전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거라고 해.


북극, 시베리아의 영구동토가 녹아 빙하가 감소하는 속도가 10년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트니크. 2018.04.29


우리나라처럼 중위도에 위치한 지역 상공에는 제트기류*라고 하는 바람이 불어. 매우 빠르게 흐르는 공기라고 해서 제트기류라고 하는데, 이 바람이 불어야 회전하는 선풍기처럼 고위도와 저위도 사이의 대기를 순환시켜 준대. 그런데 이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랑 적도의 더운 공기가 접하는 구간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이여서 시베리아가 계속 산불과 폭염으로 더워지면 제트기류가 형성되는 지점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해. 그렇게 되면 중위도 지역 상공엔 대기가 흐르지 못해 정체하게 되고, 더운 곳은 계속 덥고 비가 내리는 곳은 계속 비가 내리게 돼. 올해 미국 서부에 역대급 폭염과 가뭄이 들고, 초대형 산불이 난 것도, 작년 여름 우리나라에 54일간 장마가 이어졌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래.


*영구동토층 : 2년 이상 기간 동안 토양의 온도가 0°C(물의 어는점) 이하로 유지된 토양

*제트기류 : 대류권 상부 혹은 성층권 하부에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좁고 강한 공기의 흐름


기상관측 기록을 보면, 우리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1980년대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평균 9.8일이었대. 그때만 해도 사과의 주요 재배지역은 대구나 경북 지역이었어. 근데 30년이 지난 2010년대 측정한 평균 폭염일수는 14.9일이야. 5일 정도가 늘었지. 이제 사과는 강원도 평창이나 영월로 재배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했어. 지구기온이 올라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다른 농작물의 재배지역도 점점 북상할테고 더 이상 재배가 불가능해지는 작물들도 생길 거야. 기후변화가 먹거리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셈이지.


더불어 지난 30년간 평균 여름일수는 113일에서 127일로 2주가 늘었고, 겨울일수는 102일에서 87일로 보름이 줄었어. 2020년대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런 날씨를 일상이라고 느낄 거야. 지구기온이 오르는 만큼 더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되겠지. 우리 부모님 세대가 물을 사서 마시는 세상이 올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비정상적인 극단적 기후재난이 다음 세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일상이 될지도 몰라.



2020년 여름, 54일간의 긴 장마로 한강물이 불어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 © Sungwoo Lee / Greenpeace




지구온난화 > 기후변화 > 기후위기 > 기후비상사태


녹아가는지구 -  어린이환경사생대회 환경부장관상. 김채현 / 이미디어. 2014.05.22.

우리 어렸을 때, 백일장이나 사생대회 열리면 단골주제가 ‘지구온난화’였던 거 기억나? 과학의 날이 있는 4월마다 하얀 도화지에 동그랗게 지구를 그리고 아픈 표정을 그려 넣거나, 지구의 건강을 지켜주세요 라고 포스터에 써넣기도 했었는데. 그때 지구가 보내온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결과, 지금은 지구의 고통에 기후 위기, 기후 재난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어. 편지를 쓰기 위해 자료들을 찾다보니 올 여름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들이 지나간 뒤로 나온 최근 기사에서는 지구온난화라는 말 대신 '지구가열화'라고 표현하는 기사들도 많이 있더라.


 유엔에서는 1988년,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IPCC*라는 전문 기관을 만들었어.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어. 놀랍지? 나도 좀 놀랐어. 이 기관이 꾸준히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 8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류의 비정상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 변화의 주요 요인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대. 심지어 지금 당장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긴급대응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어떤 일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나, 이에 따른 바다의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면서 바다가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 바다의 산성화 같은 현상들이 그래. 


*IPCC :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2050년 쯤엔, 베트남 남부 전역,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의 바다와 접해 있는 상당 면적이 바닷물에 잠길거래. 바다에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산호의 99%가 절멸하게 된다는 기사도 읽었어. 이대로 지구기온이 높아지는 걸 막지 못하면, 어떤 생명들이 아예 지구에서 사라지고 어떤 도시나 마을 전체가 살던 곳을 떠나 이주해야 하는, 영화 '투모로우(2004)'나 '인터스텔라(2014)'에서 CG로 만든 장면들을 현실에서 보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SHAUNL VIA GETTY IMAGES/ Climate change protestors hold their placards high.


올해 여름 전세계 동시다발적인 폭염, 폭우, 산불 등의 극단적 기후재난이 다녀간 이후 영국에서는 기후변화나 위기라는 말 대신 기후비상사태, 기후실패 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고 해. 지구인 모두의 인식 전환을 불어 일으키기 위해서 그렇대.


생각해보면 2050년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야. 다음 세대의 일도 아니야. 아마도 우리가 사회경제적으로 은퇴하는 시기가 될거야.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들 하니까 은퇴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빠르게 은퇴해서 마침내 배우고 싶었던 취미나 즐기고 싶은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어. 아이나 배우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가 가고 싶어 했던 도시가 물에 잠겨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되거나 지금보다 8배 늘어난 폭염일수와 이상고온 현상을 견뎌야 하게 될거야. 초대형 태풍이나 물난리가 일상처럼 반복될 테고. 재배가 어려워져서 먹지 못하는 식재료도 늘어나게 될거야. 그러니 이건 우리가 겪게 될 일이고 우리의 일이야. 그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2050년까지 지구기온 2도 오를 경우 수몰되는 지역(적색)에 인천 서구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비롯, 서해안에 면한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다. climatecentral.org




커버 이미지

출처 : [영화] 투모로우. 2004


참고 자료


[도서]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동아시아


[팟캐스트] 듣똑라. Ep.91 지구 곳곳이 불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영구동토층이란 무엇이며 이것은 기후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기사] 그린피스. 지구 운명 담은 IPCC 보고서, 그리고 해결책 10가지

[기사] jtbc 뉴스 연재 기사. 박상욱의 기후 1.5

[기사] 이투데이, 펄펄 끓는 지구...문제는 약해지는 ‘제트기류’

[기사] 한국일보. 동토가 불탄다… 시베리아는 지금 ‘에어포칼립스’

[기사] 헤럴드경제. “대구 사과요? 아재 소리 듣지요” 뜨거운 한반도...‘작물지도’ 급변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위기가 너에게 전해달라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