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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Apr 05. 2022

로컬과 같이 로컬의 가치를 잇다, 초록코끼리

지역 농가, 농촌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절기에 따른 파종, 모종을 걸쳐 수확에 이르는 과정의 농사라는 체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농촌이나 농업은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자칫 낙후되어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우리 농업, 농촌의 숨겨진 가치를 도시에 제대로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고안하고 구현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로컬의 농축수산물 생산자들과 함께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재배, 수확하고 밀키트로 구성하여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원재료의 스토리와 생산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로컬 브랜드, 초록코끼리를 소개해드립니다.


copyright(c) 초록코끼리

대학원에서 농업자원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는 몇 년 전만해도 농수산물 교역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나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에 괴리감을 느꼈고 계속해서 농촌 현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요. 


현장에 대한 갈망으로 농업과 농촌 컨설팅 기관인 지역아카데미로 직장을 옮겼지만 도시에서 바라본 농업⋅농촌은 낙후되고 도와줘야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실제로 현장에서 본 우리 농업⋅농촌은 큰 힘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데 반해 그 가치가 제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해요.


그렇게 직장 생활을 이어 가던 어느날 아침, 김 대표는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피로로 누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문득 '잘 지내고 있는건가', '잘 살고 있는건가'라는 의문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copyright(c) 초록코끼리

결혼을 했는데 아내를 만날 시간이 없었고, 있어도 밤에나 보게 되는데 각자 일로 바쁘다 보니 배달음식으로 자주 끼니를 해결하게 됐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마음도 편치 않은 데다 몸도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을 보고 서로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해먹자고 결심했지만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니 그도 쉽지 않았다고 해요. 


재료를 사고 준비하고 무언가를 해서 먹고 설거지를 하는 뒷정리까지 끝내고 나면 밤 10시가 넘기 일수였고 그렇게 끝나는 하루를 반복하던 차에 밀키트라는 제품군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해요.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가열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제품보다는 조금 더 사용자가 조리하게 되어 있고 조금 더 신선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이었던 것이죠.

copyright(c) 초록코끼리

김 대표는 그간 안타까워하던 농가와 농촌 본연의 가치를 알리고 현대인의 식생활에도 건강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밀키트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되어 있어 유기농 생산자들이 많은 홍성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고 해요.




로컬의 정성 가득한 식재료를

더 신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기


홍성에 뿌리를 둔 초록코끼리에서 구성한 로컬 밀키트 상품에는 홍성의 다양한 농가에서 직접 수확한 유기농 채소들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두부버섯전골은 홍성유기농영조합의 우리콩 두부, 양현모 농부님의 표고 버섯, 홍성 이경자 명인의 조선간장 등으로 구성하고 있고요.


유기농 샐러드 채소는 젊은협업농장에서, 로즈마리는 사회적 농업의 가치를 지향하는 홍성의 정다운 농장에서 얻는다고 해요. 또다른 밀키트 제품, 남당감바스의 경우에는 홍성 대표 항구인 남당항 갯벌에서 자란 생바지락과 홍성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채소, 홍성에서 자란 바질을 활용한 바질솔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초록코끼리의 로컬 밀키트 상품 중 '두부버섯전골'과 '남당감바스'의 조리 예. copyright(c) 초록코끼리


로컬에서 식탁까지 이동해야 하는 식재료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유통과정 없이 직거래 방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당일 수확과 생산이 가능한 물량으로만 만들기 위해 주문수량을 한정하고 있다고 해요.




시장에서 매기는 가치만이 진정한 가치일까

로컬의 농산물 가치 다시 창출하기


초록코끼리의 밀키트와 제철 농산물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에는 '농가와 생산이야기'라는 컨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제철 농산물에 대한 스토리 전달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시장에서 가치없다고 판단한 농산물들도 결국 모양이나 크기가 다를 뿐 각 농가에서 들인 정성과 공은 다르지 않기에 이를 충분히 소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요.


초록코끼리가 직배송하는 제철산물 중 하나인 '고진감래 유기농 감자'. copyright(c) 초록코끼리


예를 들면 홍성 지역의 장대진&양수미 농부님이 정성들여 키우신 유기농 감자의 경우,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 가공용 선별을 마치고 나면 무게 70g에서 110g 사이의 작은 크기 감자들이 남는다고 해요. 그러나 이렇게 작은 소과(70g) 내지 중과(110g)의 경우 일반 농가에서는 따로 판로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 개별판매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요. 초록코끼리는 이 작은 감자들을 농부님께 직접 받아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없기를 바라는 가치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초록코끼리가 직배송하는 제철산물 중 하나인 '장숙영 농부의 친환경 꿀고구마' copyright(c) 초록코끼리

장숙영 농부님의 친환경 꿀고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작물 특성상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를 수 있는데 단순히 모양이 못났다고 해서 판로를 찾지 못하는 고구마들이 생긴다고 해요. 초록코끼리는 농부님의 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는 사진들과 '조금 못난 고구마도 사랑해주세요'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며 '도시와 농촌을 잇겠다'는 브랜드 철학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copyright(c) 초록코끼리


농업 농촌의 가치를

소비지와 가감없이 잇고 전달하기


김 대표는 '순해 보이고 자칫 여려보일 수 있는 초식동물이지만, 실제로는 밀림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끼리'가 우리 농업, 농촌 생태계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해요. 농업, 농촌이 낙후되고 지원이 필요한 곳처럼 평가 절하되어 있지만 사실 중요한 기반산업이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없이는 사람도 산업도 유지될 수 없기에,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이름도 초록코끼리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농촌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청년들의 스타트업. 초록코끼리 대표 인터뷰' 중 한 장면. copyright(c) 초록코끼리


초록코끼리는 로컬 밀키트나 제철산물 같은 식품을 통해 도시와 로컬을 잇는 방식 외에도 영상 컨텐츠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홍성 내 다양한 농가들을 찾아가 농산물과 농부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컨텐츠를 쌓아가고 있는데요. 지금은 식품을 주요 아이템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전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요. 


행복한 소비자와 행복한 생산자의 중간에서 역할을 하며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니 이런 생각으로 전하는 초록코끼리의 메시지나 식품은 한결같이 믿을 수 있고 건강할 것 같습니다. 


김 대표(왼쪽)와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조대성 대표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copyright(c) 초록코끼리


초록코끼리는 앞으로 청년들이 농촌에서 자유롭게 창업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농촌형 창업 인프라도 구현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초록코끼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로컬 본연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그 길에 든든한 역할을 수행할 초록코끼리의 다채로운 행보가 기대됩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copyright(c) 초록코끼리


참고 자료


[초록코끼리 스마트스토어] 초록코끼리 온라인 스마트스토어

[경향] 마을의 유기농 농산물로 밀키트 만드는 청년 스타트업 ‘초록코끼리’ 2020.08.20

[충남시대]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청년들을 만나다 2021.04.21

[초록코끼리 유튜브] 농촌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청년들의 스타트업. 초록코끼리 대표 인터뷰.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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